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주 청주에서 미호강유역협의회를 구성하는 모임이 있었다. 하천을 공유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과 관계기관이 모여서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하천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토론하고 정책을 발굴하며 직접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구성되었다. 과거 미호천은 사람과 물이 섞여서 지내는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어느덧 가까이 갈 이유조차 잃어버린 물길이 되고 말았다. 그런 미호천(川)을 미호강(江)이라 부르고,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자고 하는 것이다. 미호천의 생명을 살리자는 취지는 이해가 가겠는데, 왜 이름을 천(川)에서 강(江)으로 굳이 바꾸고자 하는 것일까?

하천(河川)이란 자연현상이나 인위적 작용에 의해 지구표면에 만들어진 물의 흐름길이 바다로 이어지기 전까지의 공간을 의미한다. 인류문명은 하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중국의 황하, 인도의 인더스와 갠지스, 이집트의 나일 등 수 많은 역사적 증거에서 하천은 인류와 함께 해 왔다. 하천은 생명의 근원인 먹는 물을 공급해 주기도 하지만,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농업용수의 공급처가 되었다. 농경지는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하천 주변에 만들어졌고, 자연스레 사람들이 하천을 중심으로 모여 살았다.

하천은 물길의 규모, 다른 하천과의 관계, 지형지세, 관리주체 등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되어 불리어진다. 옛날부터 큰 규모의 하천을 강(江) 또는 하(河)라고 부르며, 그 다음 규모의 하천을 수(水)와 천(川)으로 불렀다. 남쪽의 강(江)은 물줄기가 한결같이 흐르는 곳이 많고, 북쪽 하(河)의 물줄기는 홍수와 가뭄을 넘나들며 변덕이 심한 곳이 많다고 한다.

한자의 구성으로 볼 때 강(江)의 공(工)은 ‘곧고 반듯하다’라는 뜻으로 곧은 물줄기를 뜻한다. 하(河)의 가(可)는 ‘굴절하다’라는 뜻으로 구불부불한 물줄기를 뜻한다. 강(江)과 하(河)는 물줄기의 형태를 두고 구분하였다. 강(江)이나 하(河)에 합류하는 지류를 수(水)라고 하는데, 강태공이 낚시를 하다가 문왕(文王)을 만난 곳이 황하(黃河)의 지류인 위수(渭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천(川)은 수(水)보다 낮은 수준의 물줄기를 말하며, 우리말로 ‘내’라고 한다. 대전의 버드내(유등천), 청주의 까치내(작천), 전국 곳곳의 미르내(용천) 등에서 우리말 지명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강(江)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하천은 대표적으로 5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이 있고, 이 5대강의 지류에도 임진강, 한탄강, 홍천강, 섬강, 주천강, 평창강, 조양강, 동강, 서강, 달천강, 영강, 금호강, 밀양강, 황강, 남강, 경호강, 탐진강, 황룡강, 극락강, 지석강 등이 있다. 특이한 점이 대표 5대강 이외에 강(江)이라 불리는 하천 중 금강의 지류는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미호강(美湖江)으로 이름을 되찾는다면 금강에 합류되는 첫 번째 강(江)이 될 것이다.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미호강과 금강이 합류되는 지역이 동진강(東津江)으로 표기되어 있다. 역사 속에서 미호강은 이미 강(江)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규모 면에서도 금강유역에서 가장 큰 지류인 미호강(江)은 내(川)가 아닌 가람(江)으로 불리 울 충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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