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영 충주YWCA 사무총장

봄이면 산과 들을 찾아온 들꽃을 알아가고, 여름이면 그늘진 개울가 찾아 더위를 식히는 방법을 배워 간다. 가을이면 황금빛 들판 누비며 다양한 곤충들의 생태계 알아보고, 추운 겨울날 처마 밑에 자란 고드름은 놀이도구가 됐다. 마을은 이렇듯 어렸던 우리들을 건강하고 지혜로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배움터였다.

지난 4월 ‘행복교육지구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하며 충주교육지원청에서 뜻을 함께 하는 50여명의 귀한 분들을 만났다. 이후 자발적으로 협의체에 참여한 학부모, 지역주민, 마을활동가, 교원이 4월 말에 100여명에 이르렀다.

협의체에서 서울도봉혁신교육지구와 원주 서곡교육네트워크를 방문했다. 그 곳에서 교육공동체를 이뤄온 과정, 성과, 변화를 들으며 가슴이 설레였다.

충주시청에서 이뤄진 100여명 협의체 워크숍을 시작으로 마을교사, 마을학교, 청소년동아리 등 5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이 펼쳐졌다. 8개의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은 악기를 배우고, 농촌을 배우며 소통의 법도 배운다. 공방에서 나만의 창작품도 만들고 요리, 진로와 직업도 체험하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충주 YWCA도 학교 선생님들과 연계해 몇 개의 연합자율동아리 운영에 참여했다. 개인적으로는 마을교사로 참여해 생태환경을 주제로 학생교육도 실시했다.

청소년들과 소통하며 생각도 나누고 싶어 참여한 청소년분과에서는 중·고학생회 임원 70명을 대상으로 연합학생자치회 소통 토론회를 열었다. ‘우리들이 원하는 학교, 지역사회’, ‘행복교육지구사업에서 우리들의 역할’ 등을 주제로 타운홀미팅을 진행했다. 자율성 존중, 공부 스트레스가 없는 학교, 꿈을 지원하는 학교, 다양한문화프로그램 활성화, 교육 및 문화시설 확충,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기 등 매우 다양한 의견이 모아졌다. 이 의견을 존중해 내년도 사업을 계획하기로 했다. 칠금중에서 이뤄진 통통(統通)소통 한마당은 150여명의 학부모, 지역주민, 교직원이 참여해 2018년의 충주행복교육지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한 자리였다. 마을교육분과에서도 상시 회의를 통해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학교 밖 배움터 분과에서는 햇살블루농장, 니들수다자수카페에서 마을인문학 강좌를 열어왔다.

충주행복교육지구는 올 초에 첫발을 떼었고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 어쩌면 넘어질 수도 힘들면 쉬어갈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지나면 한참을 걷고 뛰어도 넘어지지 않고 흔들림 없이 든든히 설수 있는 힘이 생긴다. 올해 시작된 충주행복교육지구사업도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갈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심 없이 어른 노릇을 해보려 모인 지역활동가, 학부모, 교사, 주민들이 있기에 경쟁에 지친 우리 아이들이 이세상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손잡아주는 고마운 분들 만큼이나 햇살이 따뜻하게 비춰 행복한 충주교육의 꽃이 움트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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