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가 72일간의 총파업을 끝내고 방송에 복귀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14일 김장겸 사장 해임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방문진은 해임 결의 배경을 설명하는 입장문에서 “김 사장은 특정 이념, 특정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극도의 편파방송을 통해 국민을 분열로 이끌었고, MBC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끔 만들었다”고 설명하며 MBC 정상화를 통해 국민의 시청권과 알권리를 복원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방문진의 결정을 환영하며 총파업을 끝내고 방송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파업을 시작한 KBS는 아직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어쨌든 민의를 대변해야할 두 공영방송이 대대적인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한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MBC 사태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가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김 사장의 해임이 우여곡절 끝에 바른길로 들어선 길목이기를 기대한다.

공영방송을 이끌어가는 대표로서 김 사장에 대한 문제는 MBC 구성원들을 통해 충분하다 싶을 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방문진의 입장발표 내용에 근거가 되는 실제의 상황들이 구성원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낱낱이 밝혀졌다. 하지만 김 사장은 구성원들의 절규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파업사태를 풀 수 있는 대책도 내놓지 않았으며 파업의 최종 피해는 국민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김 사장의 결단이 있었어야 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것은 국민과 시청자의 뜻에 크게 반하는 일이었다. 본인에게도 큰 과오로 남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큰 고비를 넘긴 MBC는 앞으로의 과제가 산적하다. 노조에 가입해 총파업을 주도한 구성원들과 회사 측에 남아 방송을 진행했던 사람들 간의 갈등도 해결해야할 문제다. 무엇보다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잃었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 모든 구성원들이 가장 노력해야할 부분이다.

적어도 외압에 휘둘리는 공영방송이 돼서는 안 되겠다. 수년간 지속됐던 외압의 고리를 제 살 도려내듯 단호하게 잘라내야 한다. 같은 일이 재발한다면 더 이상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없다고 본다. 새로운 출발이 마지막 기회라고 인식해야 한다.

MBC 노조는 15일부터 예능·드라마·라디오 부문에서 제한적으로 업무에 복귀한다. 다만 보도·시사 부문의 경우 파업은 풀지만 제작거부 상태로 전환돼 방송 파행이 조금 더 이어질 전망이다. 서두르기 보다는 완전한 변화가 중요하다.

새로운 사장 선임을 통해 붕괴된 MBC의 공영성, 공정성, 공익성과 망가진 조직을 복원하고 빠른 시일 내에 MBC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청자들은 72일을 기다렸다. MBC가 민의를 대변하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앞으로 보여줄 모습을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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