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 청원군 북이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옛날이 좋았지’‘박통시절에는…’하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심지어 ‘차라리 전통이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얘기다. 재임기간을 보면 이승만 대통령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길고 그 다음이 전두환 대통령이다. 그리 오랜 기간 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20여년간 정책의 연속성이 있으니 당연히 결과물이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둘은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등장하는 ‘군사정권’이라 추진력도 있었다.

4년중임제 논의가 나온지도 꽤 됐고 상당수 국회의원이 지지하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개헌이 이뤄질 것이다.

‘유신’에 관한 거부감에서 만들어진 ‘5년단임제’. ‘독재’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역효과가 너무 컸다. 국가의 대계란 짧게는 10년 후를, 길게는 수백년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5년이란 짧은 기간에 무엇인가를 이뤄내야 했기에 ‘땜질식’처방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가 모두 독소적인 면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해법에 있어 방식과 완급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쪽에서는 ‘당장 폐지’를 외치고 한나라당을 주축으로 한 보수야당쪽에서는 ‘점진 개정’을 주장한다. 방식의 차이일 뿐 어느 쪽이든 국가보안법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부분이 사라지게 될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급함이다. 어쩌면 앞선 ‘5년짜리’ 대통령들의 잘못을 답습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조선을 새로운 나라로 만들고자 했던 조광조가 어찌됐는가를 경계해야 한다.

진정 이 나라의 개혁을 원하고 발전을 원한다면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기 보다는 누군가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다. 선구자가 되기보다 그들을 개혁의 길로 건네주는 다리가 돼달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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