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조작사건 등 최근 검찰의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턱밑까지 왔다는 여론에 따라 12일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 출국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의 수사에 대해 질의 형식이 아닌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은 국민의 대다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적폐청산에 대해 국민의 입장이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전달했다. 전직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이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으로 MB정부가 깊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원외교나 BBK 문제 등은 차치하고 적어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의혹이 있다면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이어야 했다. 본질적인 문제를 피하면서 엉뚱하게 그 어느 때 보다 잘 풀려가고 있는 국론분열이니, 안보외교, 경제문제를 걸고넘어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새 정부들어 진행되고 있는 군사이버사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에 대해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자유한국당이 사용하고 있는 ‘정치보복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댓글 공작이야말로 인위적으로 국론을 분열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고용된 일반인, 혹은 국정원, 사이버 부대 등 수백 명이 동원돼 국민의 여론을 주도하고 가르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 예산을 우익 단체들에 지원해 국민 통합은커녕 국민을 두 세력으로 나누고 상호 증오하도록 한 전형적인 국론분열 공작이다. 이는 헌법을 어기고 민주주의 근간을 파괴한 행위다. 댓글공작에 개입됐다면 그 누구라도 조사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 매우 죄질이 나쁜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한 국가를 건설하고 번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파괴하고 쇠퇴시키는 것은 쉽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천문학적인 국고손실의 주범이 된 자원외교를 이끌었던 당사자로 여러 의혹을 받고 있는 와중에 내놓을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 MB 정부시절 자원외교로 국민의 혈세를 수백 조 낭비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국민은 이번 적폐청산을 통해 반듯이 밝혀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적폐청산을 통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이기도 하다. 

그 누구도 정치보복 운운 하며 불법행위를 합리화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전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가의 안보를 염려하고 국론의 분열을 우려한다면 국민 앞에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어야 하며 검찰이 조사를 원한다면 출두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내야 했다. 바레인 출국과 함께 낸 입장은 매우 불성실한 입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회견은 아니함만 못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정한 적폐청산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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