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가

976년 송(宋)나라 태조 조광윤은 생전에 자녀 문제에 대해 일체 잡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50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숨을 거두었다. 황후는 자신의 아들 조덕방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겨주려고 서둘러 입궐을 명했다. 그러나 정작 황후 앞에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태조의 동생인 조광의였다. 그는 비밀리에 군대를 이끌고 궁궐을 모두 점령한 상태였다. 조광의가 황후에게 문서를 하나 내밀며 말했다.

“이것은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남긴 비밀 유언입니다.”

황후가 문서를 열어보자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내 동생 조광의를 차기 황제로 삼는다!”

재상 조보와 여러 대신들이 이를 보고 인정하였다. 황후는 너무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렇게 하여 송나라 2대 황제로 조광의가 즉위하니 바로 태종이다. 태종은 지도력이 뛰어나 대륙 전체를 통일하고 중앙집권을 실현하였다. 그런 가운데 암암리에 대신들이 쑥덕공론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유언장은 가짜였다! 태조가 차기 황제로 지목한 사람은 태자였지 조광의가 아니다!”

태종은 혹시라도 변란이 일어날까 두려워 철저히 무신들을 억눌렀다. 특히 군대의 이동에 대해 아주 엄격했다. 그러다보니 사대부를 우대하고 무신들은 승진과 계급에 제한을 두었다. 문치주의가 번성하여 천재 문인과 문필가와 사상가들이 배출된 것은 장점이었으나, 온 천하 사람이 사대부가 되기를 바라고, 사대부가 되면 과거 급제를 바라고, 과거 급제자는 고위직을 바라다보니 시험지옥이 생기고, 당리당략에 따른 당쟁이 심해진 것은 커다란 단점이었다.

평소 태종은 독서를 무척 좋아했다. 학자 이방(李昉)에게 명하여 사서(辭書)를 편찬하도록 했다. 그 결과 1000권 규모의 백과사전을 편찬하였다. 책 이름을 ‘태평어람(太平御覽)’이라 했다. 태종은 이 책을 매일 세 권씩 읽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규칙이었다. 하루는 태종이 책을 읽고 있자 신하가 아뢰었다.

“폐하, 건강이 염려되오니 푹 쉬시고, 책은 그만 읽으시지요.”

그러자 태종이 말했다.

“책을 펼치면 이토록 이로움이 많은데 어찌 책을 덮는단 말이오. 나는 조금도 피로하지 않으니 걱정 마시오!” 이 이야기는 송나라 왕벽지가 지은 ‘민수연담록’에 있는 기록이다. 개권유익(開卷有益)이란 책을 읽거나 심지어 책을 펼치기만 해도 유익하다는 뜻이다. 책 읽기를 권하고 격려하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독서란 책을 통해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는 일이다. 예전에는 집을 나가면 뜻이 있는 벗들을 사귀고, 집에 들어오면 옛 성현들의 책을 읽는 것이 선비들의 미덕이었다. 그래서 독서를 하면 사(士)요, 정치에 종사하면 대부(大夫)라 해서 사대부라 불렀다. 요즘은 스마폰의 대중화로 독서는 사라지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뒤적이는 것이 유행이다. 책 읽는 사람을 보기가 아주 귀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책이 사라지면 나라가 포악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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