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박2일 일정의 국빈방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24년 만에 국회연설을 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방한 일정이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이래 SNS와 언론 등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일삼아 어떤 자극적이고 돌발적인 발언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일본 방문 때와 달리 한국에서의 말은 매우 안정적이고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8일 오전 진행된 35분간의 국회연설에서는 스물두 차례나 박수를 받을 정도로 참석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우려했던 돌발발언도 없었다.

국회 연설에서 트럼프는 한미FTA 재협상, 미국 일자리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 등 한국에 대한 이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해 성공적인 국가, 지구상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라고 인정했으며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2세라는 점과 한국의 작가들이 연간 4만권의 책을 출간한다는 것, 국가가 IMF위기에 처했을 때 전 국민이 동참해 금모으기로 나라를 구했다는 이야기까지 언급했다. 케이팝의 세계화와 여성프로골퍼들의 활약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한국을 신뢰하고 동맹국으로 여길 수 있도록 했다고 보여 진다.

반면에 북한의 인권탄압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대북제제와 관련해 평화를 원한다는 기본정신에는 변함이 없으나 북한에 대한 압박 및 고립을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북한의 제제에 공조해줄 것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경우 출구를 제시할 의향이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던진 셈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전날 문재인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것은 ‘코리아 패싱’이라는 단어다. 코리아 패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결코 한국을 우회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당사자인 한국이 배제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켜준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꺼내놓기 부끄러운 이 단어가 더 이상 언급되지 않기를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은 돌아갔다. 남은 과제는 무역과 북한과의 관계개선 등이다. 무엇보다 “힘을 통한 평화”를 원하는 트럼프의 가치관과 우리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공조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채찍과 당근을 제시했듯이 우리 정부 역시 대화와 압박 투 트랙으로 가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의 평화이기 때문이다. 평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명분도 우위일수 없다.

 트럼프 방한과 중국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문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할이 중요한 만큼 우리 외교력이 한층 발전하는 세계정상들과의 만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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