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 정  진천고 1년

얼마전 모처럼 엄마가 “일요일이니까 오늘 저녁에는 삼계탕을 해 먹자”는 말에 시장을 보러 가는 엄마를 따라 나섰다.

엄마와 함께 간 곳은 5일 장이 열리는 진천 읍내 재래시장. 오후 3시쯤 됐을까 시장에는 제법 사람들이 북적였다. 모처럼 나와 같이 시장에 나선 엄마도 기분이 좋았는지 웬일로 ‘짠순이 우리엄마’가 순대 한 접시와 예쁜 티셔츠까지 사주는 것이 아닌가.

한참 장 구경을 마치고 나와 엄마는 삼계탕 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 곳곳을 누볐다. 드디어 엄마가 마음에 드는 인삼을 찾은 듯 인삼을 판매하는 한 아줌마 앞에 주저앉아 가격 흥정에 나섰다.

그러나 깎아 달라는 엄마의 말에 인삼 아줌마는 “정말 장사가 안 돼 깎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엄마의 가격 흥정에 결국 두 손을 든 인삼 아줌마는 “매번 장날이면 직접 농사지은 인삼을 팔기 위해 장에 나오는데 갈수록 장사가 안 된다”며 “할인마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삼을 포장해 주던 그 아줌마는 또 “요즘 진천에 할인마트가 많이 생겨 재래시장 상인들은 굶어죽을 판”이라며 한탄했다. 그러지 않아도 인근 대형 마트에 들러 닭을 사려고 했던 엄마는 인삼 아줌마의 말을 듣고 결국 재래시장에서 닭 세 마리를 구입했다.

뉴스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가끔 뉴스를 보면 대형할인마트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듣는다. 나는 이런 일이 청주 등 일부 대도시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으로만 여겼을 뿐 진천이란 시골지역에서는 없는 일로만 착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좁은 진천 읍내에는 최근 여러개의 할인마트가 생겨났다. 그만큼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할인마트들도 세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재래시장은 우리나라 상거래 역사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뿌리를 버리는 것은 역사를 버리는 것이다. 집안에서 인터넷을 통해 시장을 볼 수 있는 첨단화된 세상을 살고 있지만 우리지만 상거래 역사의 뿌리인 재래시장을 살려보자.
재래시장에는 갈수록 메말라 가는 인간미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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