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풍원은 그동안 꽁꽁 모아두었던 항아리 돈으로 나귀 두 마리와 소 황소 한 마리, 그리고 마차를 샀다. 장사를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운송수단이었다. 그동안 행상을 다니며 무엇보다도 절절하게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 바로 물산들을 운반할 수단이었다. 아무리 귀하고 급한 물건이 있어도 옮기느라 시간을 허비해 때를 맞추지 못하면 헛일이 된 경우를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었다. 장사꾼에게 정보도 돈이었지만, 운반할 수 있는 수단도 돈이었다. 정보를 빨리 실행해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장소까지 옮길 수 있어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장사꾼에게는 무엇이든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실어 나를만한 것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갈등이 일었지만, 고심 끝에 마소와 마차를 장만하기로 했다. 필요할 때마다 품꾼을 쓰면 목돈을 다른 곳에 요긴하게 쓸 수도 있었지만 남의 품을 얻는 것은 변수가 많아 언제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데는 마소가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또 북진과 청풍은 평지보다는 산지가 대부분이어서 좁은 길을 다니는 데는 나귀가 제격이었고, 소와 마차는 평지에서 많은 짐을 한꺼번에 옮길 수 있었다. 청풍도가 장사꾼들 중에도 한 사람이 나귀와 소를 가지고, 게다가 여러 바리의 마소에 마차까지 가지고 다니는 장사꾼은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북진본방의 모습만으로는 청풍도가와 견주어도 조금도 딸릴 것이 없었다. 북진에 지어진 본방의 스무 칸이 넘는 물산창고 집채들과 마당에 매어놓은 마소와 마차, 그리고 휘하에는 여덟 개 임방들이 청풍 인근에 포진하고 있으니 외형상으로는 큰 고을의 상전과 비교해도 다를 게 없었다. 최풍원은 이를 디딜 언덕 삼아 본격적으로 장사를 해볼 작정이었다. 최풍원은 장사를 떠나기 전날 북진임방 장순갑과 장석이를 본방으로 불렀다.

“두 분 형님들, 난 도거리를 떠날까 합니다. 마침 낼이 청풍 한천장이니 거부터 살펴보고 각 임방들을 둘러볼 작정입니다. 그러니 장석이 형은 본방에 남아 임방들로부터 들어오는 물산들을 품목 별로 질 별로 분류하고 갈무리해주시오.”

“내가 본방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장석이는 겁부터 냈다.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껏 형이 해오던 일이니 잘할 수 있을 거여. ”

최풍원이가 장석이를 안심시켰다.

“내 혼자는…….”

장석이는 못내 마음이 불안한 눈치였다.

“이제껏 해오던 일인데 못 할 게 뭐 있어! 물산들 갈무리하는 일은 이 근방에서 형보다 잘 하는 사람이 어딨어. 그리고 초봄이고 해서 그렇게 큰 물량이 들어올 일도 없을 테니 아직은 혼자서도 충분할 거여!”

“그래도 혼자서 하려니 겁부터 난다!”

“그럴 때는 여기 형님한테 연락해. 순갑이 형님, 장석이 형이 혼자 어려워하거든 좀 도와주시우!”

최풍원이 장순갑에게 부탁했다.

“알았으니, 대주는 걱정 말고 댕겨 와!”

장순갑 임방주가 풍원이에게 대주라고 부르며 안심시켰다.

“형님들만 믿습니다!”

“대주, 어디로 가는 건가?”

“일단 낼 청풍 장에 들려 어떤 물산들이 많이 유통이 되고, 그것들은 주로 어디서 공급받고 있는지 여러 가지를 면밀하게 살펴볼 작정이우. 그리고 인근 향시들을 전부 둘러보고 오려 하우.”

“그럼, 여러 날 걸리겠구먼?”

“아무래도 줄잡아 열흘은 걸리지 않겠수?”

최풍원은 우선 청풍 인근 정기 향시를 돌며 시장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청풍 인근에는 읍내 한천장·안암장·금성장·수산장·한수장·덕산장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이 장들만 둘러본다 해도 그 정도의 시일은 걸릴 터였다. 최풍원이 이 향시들을 둘러보려고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들 향시 중에서 가장 크고 중심 역할을 하는 장은 단연 청풍 읍내에서 한천장이었다. 인근 다른 장의 물산들은 모두 한천장으로 모여들었다가 다른 물건들로 바뀌어 나갔다. 그러니 한천장만 세밀하게 살펴봐도 근간에서 생산되거나 들어오는 물산들의 대강은 파악할 수 있었다.

“저 마소들은 어떻게 할 거냐?”

장순갑 임방주가 마당에 묶어놓은 당나귀와 황소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번에는 그저  둘러만 보려오려 합니다. 그러니 나귀 한 마리만 몰고 가려합니다.”

“어쨌든 조심해서 잘 다녀오게!”

“장석이 형, 정 힘들면 순갑이 형님하고 상의해서 해!”

최풍원이는 장석이에게 북진본방을 맡기고 도거리 장사를 떠났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