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960년, 송(宋)나라를 세운 태조 조광윤은 조보를 재상으로 발탁하였다. 하루는 조보에게 인재를 추천하라고 명했다. 다음 날 조보가 인재 한 명을 추천하였다. 태조가 그 이름을 보고는 평소 싫어하는 자의 아들이라 거절하고 말았다. 다음 날 조보가 그 이름을 다시 추천해 올렸다. 태조가 이를 보고 버럭 화를 내고는 추천서를 발기발기 찢어 버렸다. 그러자 조보가 찢겨진 종잇조각을 일일이 다 주어 집에 가져와 본래대로 깨끗하게 붙였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추천에 올리며 아뢰었다.

“폐하, 사람이 밉고 싫다고 해서 인재를 버리신다면 조정에는 아부하는 자들만 득세할 것입니다. 그래서는 나라의 앞일을 어떻게 기약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태조가 그 추천서를 받아들였다. 조정 관리 중에 누구보다 일을 잘하는 이가 있었다. 조보가 승진 명단에 그를 포함시켜 태조에게 올렸다. 그런데 태조는 그 관리만 배제시키고 모두 승진시켰다. 조보가 이유를 묻자 태조가 말했다.

“내가 그 자를 평소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리 알도록 하라.”

다음 날 조보가 다시 승진명단을 올렸다. 하지만 태조는 거절하였다. 조보가 조목조목 이유를 말하였다. 이에 태조가 고함을 치며 말했다.

“내가 승진시키지 않으면 네 놈이 어쩔 셈이냐?”

그러자 조보가 조금도 겁먹지 않고 침착하게 아뢰었다.

“형벌은 관리와 백성의 잘못을 응징하기 위해서이고, 상은 관리와 백성들이 공로를 세운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그런데 황제께서는 좋고 싫은 것으로 상을 집행하려 하십니다. 나랏일을 기분에 따라 처리한다면 누가 일을 하고, 누가 나라를 위해 희생하려고 하겠습니다.”

태조가 그 말에 더욱 화가 나서 그만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러자 조보가 그 뒤를 따라가면 관리의 승진 이유를 다시 말했다. 이에 태조가 돌아서며 소리쳤다.

“그만 하시오! 내가 잘못했소. 그대 말을 따를 테니 제발 그만 하시오!”

그 관리가 마침내 승진하였다. 그는 이후에 더욱 일을 잘하여 태조가 크게 만족하였고 곁에 두게 되었다. 또 한 번은 실력과 재능을 바탕으로 관리를 뽑는 과거제도를 실행하였는데 그 과정이 공정치 못하다고 민원이 들끓었다. 조보가 이를 태조에게 상세히 알리자 태조가 말했다.

“공정치 못한 시험이었다면 다시 치르도록 한다. 합격자를 상세히 조사하여 부정한 자를 가려내라. 시험 감독관은 모두 새로 구성하도록 하라. 그래서도 부정이 계속된다면 그 책임자를 문책할 것이다.”

과거제도가 공평해지자 천하의 인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송나라가 크게 번성한 원인이었다. 이는 ‘송사(宋史)’에 있는 이야기이다.

풍운지회(風雲之會)란 바람과 구름이 만난다는 뜻이다. 즉 현명한 임금과 어진 재상이 만나 나라를 풍요롭게 잘 이끈다는 말이다. 또는 큰 뜻을 품은 사람들이 때를 잘 만나 뜻을 펼친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지난 입사 시험에 부정이 만연했다고 한다. 새로운 정부에서 과연 어떻게 처리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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