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핵심적으로 강조한 것은 사람중심 경제정책, 남북관계 평화 유지, 적폐청산, 개헌 등이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사람중심 경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다. 일자리와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이끌어 성장하는 경제로 “혁신창업과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제, 모든 사람, 모든 기업이 공정한 기회와 규칙 속에서 경쟁하는 경제”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재벌 대기업중심 경제가 우리 사회를 빠르게 빈곤으로부터 일으켜 세웠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429조원이다. 올해보다 7.1% 증가한 수준으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일각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재정건전성에 손상을 주고 결국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다. 이에 새 정부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증세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편성한 예산이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불요불급(不要不急) 한 예산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국가정보원의 특수 활동비 문제가 대표적인 구조조정을 요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은 매달 국가예산인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청와대 비서관들을 통해 상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4년여 동안 수십 억원에 달하는 액수로 현재 검찰은 이 돈의 흐름이 어디로 향한 것인지 그 끝을 쫓고 있다.

청와대도 대통령과 부속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수활동비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처를 따지지 않는 국정원 돈을 현금다발로 주고받았다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불법적으로 받은 돈을 합법적으로 사용했을 리 만무하다. 박근혜정권 유지를 위해 안간힘 썼던 정치권와 국정원이 불법으로 연계돼 있음을 상징하는 일이기도 하다. 검찰은 국민의 혈세를 물 쓰듯 사용한 범죄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문 대통령이 국회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적폐청산’ 대상 일번지인 국정원이 더 이상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해외와 대북정보에 능한 국민의 정보기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경제와 권력구조개혁은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도록, 국민 누구라도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적폐청산이 선결과제여야 한다. 국정원을 비롯해 검찰과 정부의 산하기관 등에 대한 적폐청산 과제로 특수활동비에 대한 구조조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국가예산의 짜임새 있는 집행을 위해 재정건전성 유지 차원은 물론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적폐청산이나 개혁의 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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