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길  <주성대학 전임연구원·문학박사 >

교육개혁으로 인해 학교는 몸살을 앓고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문제, 교실 과밀학습에 따른 정원조정의 문제, 하향 평준화의 문제 등 여러 가지 과제가 많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교육의 질을 제고시키는 방안으로 요약될 수가 있을 것이다.

현재 세계적 수준으로 보아 우리 교육은 낙후돼 있다. OECD 가운데 하위국가로 전락해 버리고 만 오늘의 현실을 볼 때 과거의 교육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낙후된 이유로는 교육이 양적으로만 확대됐을 뿐 질적인 측면은 도외시됐기 때문이다. 대학은  수준이 안 되는 학생들에게 조차 문을 열고 그들을 받았으며 졸업 후 이들은 대졸자로서 대접받기를 원해 중소기업체의 취업을 꺼리고 있다.

정부는 사설학원 등의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실행에 옮겨왔지만 실패했다. 왜냐하면 대학입학이 신분상승 및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현실 앞에서 공교육은 이상일 뿐 사교육은 현실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교육관과도 무관하지 않다.

 양적팽창 교육 낙후 불러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출세해 부귀를 누리는 것이라는 생각은 상식이 됐다.

따라서 전인교육을 이상으로 하는 공교육은 현실적 사교육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평준화 정책은 사교육을 부추기고 말았다. 각 고교의 상대평가는 특수 목적고, 외국어고, 과학고 등과 같은 영재양성을 위한 학교들의 건립이념을 퇴색시켰다.

 거기다가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부추김 속에서 국어 맞춤법은 물론 한자, 영어, 한국사의 기본도 모르는 학생들도 대학입학이 용이해졌다. 그리고 나아가 그런 학생이 전공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다고 치자. 이런 교수로부터 배운 차세대들이 온전한 사고방식으로 건전한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외국 청소년들의 모임에 참여한 모 대학 학장은 유럽 각 국의 청소년들이 5개국어의 외국어에 능통한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세계화를 부르짖는 우리 교육이 과연 이러한 나라들과 경쟁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 교육은 외화유출 1조원이 넘는 교육식민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입학생은 적고 학교는 많아짐에 따라 교사가 학생을 모셔오려고 몸부림 치다보니 어느 고등학교 교무실에는 ‘대학 관계자 및 잡상인 출입금지’라는 문구를 문 앞에 붙여 놓은 곳도 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옛말이 됐다. 학생 수가 곧, 수입원이라는 인식으로 대하게 되니 학생을 선도할 수가 없다. 이 학교 아니면 딴 곳으로 가면 되지 하는 생각들로 차있는 학생들 앞에서 교사는 장사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교육환경으로 보아 노래방, 당구장 등 유흥업소가 즐비한 도심의 대학에는 서로 들어가려고 경쟁률이 치솟는데 반해공기도 좋고 물 맑아 교육환경이 좋은 시골의 지방대학으로 가려는 학생은 점점 줄고 있다. 수도권은 건물만 있어도 경쟁력이 있는데 지방대학은 그 반대다.
정부는 우선 수도권 대학의 정원감축으로 양적인 팽창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 수도권 대학생 수의 반만 내려와도 지방대학의 숨통은 트일 것이다.

 인격양성 교과과정 있어야

교육의 질을 제고시키기 위한 방편이 사교육을 막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교육이 나쁜 것이 아니라 왜곡된 교육이 잘못된 것이다.

청소년들이 전문지식과 기술에 능숙함은 물론 옛 성현들의 충효에 관한 시를 낭송하고, 역사와 철학을 논하며,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등 전인격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교육, 질적 성장을 이루려면 무엇보다도 초등학교에서부터 학교에서 인격양성을 위한 교과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요즈음 맞벌이하는 부부가 늘고 있는데 퇴근시간까지 아이를 돌보아 주면서 질적 성장을 위한 교육을 시킬 수 있다면 신뢰받는 학교로 거듭날 것이다.
중고등학교도 사지선다형 문제보다도 주관식, 실습위주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의 연장선상에서 대학에서는 학생선발의 기준을 초·중등학교 성적까지로 넓히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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