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상 옥 <중기청 소상공인지원센터 상담사>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오기를 부려보자. ‘승자(勝者)의 주머니에는 꿈이 있고 패자(敗者)의 주머니에는 욕심이 있다’는 말이 있다. 승자에게는 여유가 있고 패자에게는 척박한 삶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니 카오스적이 아닌 승자 중심의 언어인지라 없는 사람으로서는 그리 좋은 기분으로 들리지 않을 것 같다.

나는 패자에게 “오기와 자존심을 가지고 세상과 덤벼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연봉 1억원 이상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2만 2천여명의 족속들에게 야유를 보내라는 말이 아니고 줄을 잘 타고나서 SKY(서울대·고대·연대)클럽에 낀 덕분에 주류(主流)이거나 메인스트림로서의 혜택을 누리는 이들에게 덤비라는 얘기도 아니다.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오기를 부려보자는 얘기다.

자존심이 강하고 오기가 있기로 유명한 북한을 보자. 이들은 귀순하면 하나원에서 일정기간 남한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교육을 두루 받고 1인당 3천700만원의 정착금도 받는다. 이들은 주로 가양동, 거여동, 일원동, 상계동, 중계동 등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듯 보인다.

이들 가운데는 여만철·김용·최금철씨처럼 사업에 성공한 사례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정착금의 일부 혹은 전부를 나머지 가족을 북한에서 빼내 오기 위한 자금으로 써버리고 ‘기대기 전법’으로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도 자존심이 강하고 오기도 있어 보이는 이들이 능력이상의 요구를 대책없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김일성 대학을 나와도 남한의 중학교 성적수준인 이들이면서도 지식산업체에 취직시켜주기를 바라고 월급도 남한 사람들처럼 동등하게 대우해 주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궂은 일은 잘 하려들지 않고 일부 사회단체가 주는 정착교육비를 받아 챙기면서 생활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정착 교육비라는 게 정부가 떠밀어서 일부 사회단체가 대신 짐을 지고 가는 형국인데 1인당 월 50만원 이상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어디서 10만원만 더 주면 우루루 몰려가는 해프닝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한 어느 단체가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만 성적순으로 교육비를 차등지급하려고 했더니 이들이 각 방송사에 투고하고 방송사들은 앞뒤 재보지도 않고 ‘불쌍한 탈북자’들을 우롱한다며 카메라를 들이대곤 했다.

이런 형국이니 이들이 정상적으로 정착에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들은 앞으로 통일이 된다해도 과연 화합할 수 있을지가 걱정된다.

아마도 향후 20여년만 더 흐른다면 차라리 통일을 포기해야 하지 않을 까도 싶다. 물론 내 개인적인 견해다. 탈북자들의 마인드는 ‘잘못 인식된’ 민족주의나 자존심이며 이는 곧 빈익빈(貧益貧)으로의 연결고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1천100만명 속에 포함된 월 소득 1백만원 미만의 근로자라 할지라도, 지금은 비록 실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했다 할지라도 제대로 된 자존심과 이성적인 오기가 있다면 그 자존심과 오기로 세상과 싸워보자는 얘기다. ‘잠들어 있는 자 99%, 깨어 있는 자 1%’의 광고카피를 보고 우쭐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듣기조차 거북하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의치 말자. 1%에 속한 생활이 어떤 것인지 60억원을 뿌려댄 벤처기업의 젊은 사장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나는 단지 나를 위해 살고 있고 나의 자존심만 충족시켜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2004년 하반기에는 독자 여러분 모두의 주머니에 ‘꿈’이 담겨 있기를 기대하며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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