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중국의 중산층들이 평생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을 들라면 ‘장강삼협(長江三峽)’이라고 한다. 얼마 전 중국여행사들을 통해 필자도 이곳을 다녀왔다. 시속 200km의 전철을 타고 8시간 달려서 의창(宜昌)으로 갔다. 여기에 유명한 ‘샨사(三峽) 댐’이 있다. 담수량이 소양강 댐의 18배나 된다는 샨사댐! 여기서부터 인구 3천400만의 세계 최대의 도시 ‘중경’까지 3박4일! 난생처음으로 배에서 먹고 자는 ‘꿈의 여행’ 크루즈를 다녀왔다.

필자는 ‘배낭여행’엔 자신이 서질 않아서 차선책으로 여행사를 통한 여행을 즐긴다. 그렇게 하니 우선 안전해서 좋았다. 중국인들과 단체로 가다보면 그들을 통해 우리를 비춰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여행경비도 아주 저렴해 금상첨화였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필자가 여기에 온 목적 가운데 하나가 드넓은 중국대륙을 한껏 누벼보는 것이었다. 여행 중에는 더러는 스릴이 있고 낭만도 있어서 좋다. 뜻밖의 상황이 발발함으로써 곤혹을 치르기도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영원의 추억으로 새겨지는 매력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이런 경험을 했다. 여행해 보면 ‘중국은 통제사회’란 걸 절감하게 된다. 비행기는 물론이고, 기차나 버스 하나라도 타려면, 소지품과 신체검색이 어찌나 심한지! 신분증은 생명과 같으니 이걸 잃어버리면 생명을 잃는 격이라고 할까? 그런데 ‘아차’! 그런 일을 경험했다.

샨샤댐 검색대를 통과할 때 가방을 그냥 놔두고 온 것을, 버스를 타고나서야 알아차렸으니 혼비백산이라! 인산인해를 뚫고 허둥지둥 거기에 도착해 보니, 검색대의 모니터를 보고 있는 보안요원의 책상에 그 가방이 보였다.

마침 보안원이 어여뿐 아가씨 같아서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그녀로부터 가방만 찾으면 된다. ‘사드’ 라는 악재 때문에 걱정이 앞섰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궁즉통(窮則通)’이라더니! 이판사판격으로 “워 쉬 항궈런(나 한국인이다), ‘칭원(좀 봐 주세요!)”라고 공손히 청했다. 손짓 발짓 몸짓 등 수단을 총동원해서 ‘가방이 내 것!’이란 걸 설명했다.

그러자 아가씨는 깜짝 놀랍다는 표정으로 “안녕하시유!”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하도 놀랍기도, 고맙기도 해서 마치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녀도 자기도 대학시절 ‘한류’를 통해 한국인을 특히 좋아하게 됐단다. 후유! 생각만 해도 등에선 식은땀이 난다. 잠깐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이렇게 아주 절박한 상황에서 이렇게 요긴하게도 ‘한국을 좋아 한다’는 이국의 아가씨를 만나다니! 위기를 탈출한 것이 스릴 넘치는 드라머의 한 장면 같았다. 영화 ‘순간에서 영원으로!’이 문득 생각난다. ‘율브린너’(미국배우)의 애상적인 표정이 떠오른다. 이게 바로 여행의 매력이자 묘미겠다.  순간의 감동이 영원의 추억! ‘한한령’에도 불구 이렇게 ‘극적인 만남’ 때문에 이번 여행이 행복했었고 더욱 빛이 났다. ‘이국에서 이국인과 극적인 인연’이라! 이는 필자의 뇌리에서 오래오래 두고두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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