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장괴애(張乖崖)는 송(宋)나라 사람이다. 그가 숭양현의 현령으로 재직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관원들의 동향을 살피러 관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현의 재물을 보관하는 창고 앞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관원 하나가 서둘러 나오더니 창고 문을 잠그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 표정이 흠칫하는 것을 보고 장괴애가 수상쩍게 여겨 부하들에게 그를 잡아오라 하였다. 장괴애가 관원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 무슨 이유 때문에 재물 창고에서 나온 건가?”

그러자 관원이 선뜻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말을 더듬었다.

“네, 그게, 저기……, 그러니까, 창고에 이상이 없나 확인해보려고 했습니다.”

수상쩍은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자, 장괴애가 부하들에게 명했다.

“당장 저 놈의 몸을 샅샅이 수색해보도록 해라!”

부하들이 관원의 몸을 수색했더니, 그의 상투 속에서 금 엽전 한 냥이 나왔다. 장괴애가 엄한 목소리로 관원에게 물었다.

“네 이놈, 이게 어디서 난 돈이냐? 당장 바른대로 말하라!”

그러자 관원은 마치 잘못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몸을 벌벌 떨며 말을 못하였다.

“현령 나리, 그게…….”

관원은 몰래 금 엽전 한 냥만을 달랑 들고 나왔을 뿐인데, 정말 운이 없게도 현령에게 들키고 만 것이었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바로 용서를 빌었다.

“현령 나리,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장괴애는 일단 그를 옥에 가두도록 하였다. 다음날 그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나라 재물을 훔친 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 그러니 사형에 처한다!”

판결이 끝나자 관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펄쩍 뛰며 항변했다.

“현령 나리, 저는 많은 재물을 훔친 것도 아니고 귀하고 비싼 것을 훔친 것도 아니고 겨우 작은 엽전 한 냥을 훔쳤을 뿐인데 사형이라니 억울합니다!”

그 말을 듣자 장괴애가 노한 음성으로 관원을 꾸짖었다.

“닥쳐라, 이놈! 하루에 작은 엽전 한 냥도 백일이면 백 냥, 천일이면 천 냥이다.  물방울도 똑같은 곳에 끊임없이 떨어지면 돌에 구멍을 내는 법이다. 네놈이 지금은 하찮은 도적이지만 내버려두면 나중에는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형리를 불러 명했다.

“당장 저놈을 끌고 가서 목을 베어라!”

형리가 심판장으로 죄지은 관원을 끌고 가더니 서슴없이 칼로 목을 베었다. 이는 송나라 때 학자 나대경이 지은 ‘학림옥로(鶴林玉露)’에 있는 이야기이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이란 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 돌에 구멍을 낸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지 조금씩 끈기를 가지고 계속 밀고 나가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긍정적인 의미와, 아주 작은 해악도 쌓이고 쌓이면 큰 도적이 된다는 부정적인 의미 두 가지로 쓰인다. 악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초기에 싹을 잘라버려야 뒤탈이 없다. 그걸 내버려 두면 악이 흥행하는 사회가 된다. 지금 적폐청산이 어색하게 여겨지는 것이 우리가 부정부패에 만연한 사회에 살다보니 그런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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