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동감이오! 마땅한 작자가 나타나 팔 수 있으면 파는 게 좋지, 뭣 하러 그 무거운 것을 북진본방까지 지고 와야 한단 말이오?”

연론리 박한달 임방주도 장순갑의 발언에 동조했다.

장순갑 임방주로서는 당연한 불만이었다. 그것은 박한달도 마찬가지였다.

장순갑은 최풍원이 소금을 지고 등짐으로 행상을 시작할 무렵 만났던 형님이었다. 소금배가 성시를 이룰 때만 북진에서 뱃꾼들을 상대로 한철 주막을 하던 장순갑이 장사를 해보고 싶다며 최풍원에게 매달렸다. 최풍원은 충주 윤객주 상전으로부터 물건을 받아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타고난 천성이 바지런한 장순갑의 노력의 결과였지만, 이젠 북진에서 알부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택택해졌다. 최풍원이 본전이나 다름없는 값에 물건을 대주면 수완 좋은 장순갑은 원전에 몇 배의 이득을 붙여 팔았다. 또 물물교환한 물산들을 갈무리해두었다가 지나가는 장꾼이나 행상들에게 또 이문을 붙여 넘겼다. 물건을 팔아 이문을 남기고 또 받은 물산에 이문을 붙여 되파니, 물건 하나를 팔면 몇 배의 새끼를 쳤다. 장순갑은 그렇게 팔고 되팔며 알토란같은 장사를 해왔다. 그렇게 잘해먹던 장사를 이제 와서 물건을 주고 사놓은 물산들을 모두 북진본방 창고로 입고시켜야한다고 하니 장순갑 입장에서는 혼자 잘 먹고 있던 밥그릇을 남에게 반은 덜어주는 셈이었다. 세상에 자기 밥그릇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알뜰하고 욕심 많은 장순갑이 최풍원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했다.

박한달도 장순갑의 이의 제기에 동조는 했지만, 그와는 생각이 좀 달랐다. 장순갑의 북진임방은 본방과 지척이었다. 그러니 물산을 옮긴다 해도 별다른 품이 들어갈 리 없었다. 그러니 장순갑은 자신이 먹는 이문이 줄어드니 그러는 것이었고, 장순갑은 무거운 물산들을 길을 걷고 강을 건너 북진까지 옮겨야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였다.

“본방 대주도 그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오? 그러니 임방주님들, 그 이유부터 들어봅시다!”

광의리 김길성 임방주가 일단 최풍원 대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말했다.

“제가 각 임방에서 사놓은 물산들을 본방으로 옮기라는 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소. 그 중 가장 큰 목적은 물품 수급을 조절하여 더 많은 이득을 남기려 함이요. 두 번째는 청풍도가로 우리 물산들이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오.”

“어떻게 이득을 더 남긴다는 거며, 청풍도가는 왜 막아야 하는 거유?”

단리 복석근 임방주가 물었다.

“물산들이라는 것이 나올 때는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흔해지면 값이 폭락하고, 때가 지나면 귀해져 값이 폭등하는데, 이것을 잘 조절해 쌀 때 사서 잘 갈무리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출하를 해서 파는 것이오. 그리고 북진본방으로 모두 입고시키라는 것은 임방 한 곳의 물산이야 종류도 많지 않고 물량도 적겠지만 여러 임방들 것을 한데 모우면 상당한 양이 될 것이오. 그러면 그것을 가지고 우리 마음대로 물건 가격도 조절할 수 있을 것이오. 그렇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장사를 하려면 청풍도가로 들어가는 물산들을 막아야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소?”

“청풍에서 돈이 된다면 그놈들 손 타지 않는 곳이 없을 지경인데, 우리 북진본방에서 청풍도가를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청풍읍장 턱밑에 있는 광의리 김길성 임방이 허허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 속에서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반드시 청풍도가를 거꾸러뜨려야만 북진본방이 클 수 있소! 그렇지 않으면 우리 본방은 언제까지나 이 북진 구석에서 쭈그러진 채 벗어나지 못하오. 지금이야 힘이 없어 불가능하지만 여러 임방주들께서 힘을 합쳐주신다면 어려울 것도 없소. 언젠가는 꼭 북진도가를 누르고 청풍에서 우리의 뜻대로 장사를 하는 날이 올 것이외다.”

최풍원 대주가 임방주들을 독려했다.

“그 도가 놈들 제 값 다 받으면서도 물건 좀 떼려하면 얼마나 지랄을 하고 행세를 부리는 지, 속에서 똥물이 올라왔다니까.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놈들한테 호령치는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소이다!”

박한달 임방주는 생각만 해도 좋은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이 오도록 꼭 오도록 만들겠소!”

최풍원 북진본방 대주가 단언했다.

“본방 대주! 장사는 각 임방에서 하고, 물산은 본방에서 일괄적으로 처분하면 임방주들은 뭘 먹고 살지? 장사를 해도 헛고생만 하는 게 아닌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