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판단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자기에 관한 판단이다. 철학의 기본 원점도 “너 자신을 알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후 이 말은 인간적 성장의 기본이 되어왔다. 따라서 누구나가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자신을 확인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자기의 실태(實態)를 알고 올바르게 자기를 판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 누구에게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인 것이며 자기의 결점을 달콤하게 분장시키려는 경향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불가피한 노릇이지만 그러나 그 도(度)가 지나치면 자만이나 자기 과신(自己 過信)이 되어 스스로 자기가 만든 함정에 빠져 버리기 쉽다.

자기 자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남이 비웃는지도 모르고 세상이 제 것인 냥 떠들어댄다. 이것은 비교하여 판단하는 기준, 척도가 낮기 때문이다. 분명히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과만 비교하면 자기 쪽이 나아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기 자신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자기를 만족시켜 주는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급성장해 자기를 능가하게 되면 심하게 질투하고 미워하고 공격하게 된다. 험담을 늘어놓거나 빈정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자기의 품위만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모르고 우쭐댄다.

왜 그렇게 되는가. 심층 심리학적(深層心理學的)으로 분석하면 그 인물의 자신과잉의 정도나 장래의 성장도(成長度)는 타인에 대한 평가의 방법을 보면 이를 판정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후배요, 후진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점점 자기를 앞서게 되었을 때 이를 어떻게 말하는가를 보면 곧장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분석해 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① 험담을 하면서 저놈은 얼마 안가서 무너져 버릴 것이라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저렇게 된 것이 틀림없다고 뇌깔인다.

이는 상대방의 발을 붙잡아 끌어내려 자기의 레벨에 묶어 두거나 옛날처럼 자기 아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의 표현이다.

② 아, 정말 훌륭하다. 나 같은 놈은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이는 자기 자신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자기를 비하함으로써 상대도 끌어내리고 싶다는 바람이 엉킨 것이다.

③ 그는 훌륭하다. 상당히 컸구나. 나도 지지 않고 쫓아가 그를 추월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건전하고 장래성이 있는 인물인 것이다.

자기가 남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이럴 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자신의 언동을 올바르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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