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대한 자체 방안을 내놨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보다 공수처 규모를 대폭 줄였고, 공수처장은 사실상 국회가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법무부는 자체 안에서 공수처에 수사·기소·공소유지 권한을 모두 부여하기로 했다. 부패 척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재 검찰과 동일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공수처장은 국회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국회 추천 4인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를 설치해 2명을 추천한 뒤,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한 후 1명을 뽑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다만 국회에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추천된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하도록 했다. 이는 국회의 권한을 키운 방안으로 볼 수 있으며 공수처가 사실상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반영으로 보인다.

또 법무부는 대통령비서실 퇴직 후 2년, 검사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도록 정했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공수처 소속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그 직무 수행에 있어 외부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법을 정하고, 공수처장의 국회 출석과 답변 의무를 명시하기로 했다.

공수처의 규모는 개혁위의 권고안보다 줄였다. 슈퍼 공수처라는 비판을 의식해 공수처 규모를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수준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담겼다. 법무부는 공수처에 처장·차장을 각 1명씩, 검사는 25명, 직원은 수사관 30명, 일반직원 20명을 포함해 총 50명을 두기로 했다. 당초 개혁위는 공수처에 검사는 30~50명, 수사관은 50~70명을 둘 수 있도록 권고했다.

또 공수처의 권한남용 견제 장치 마련을 위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불기소심사위원회를 설치해 불기소 처분 전 사전심사를 받도록 했다. 공수처가 자의적으로 특정 고위공무원이나 정치 세력에 면죄부 주는 것을 막는 장치다.

수사 대상은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으로 정해 현직 대통령까지 포함했다. 현직 대통령에게는 불소추특권이 있지만 증거수집 등 수사 필요성 있는 경우를 감안해 포함한 것이다. 검사 부패범죄의 경우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없도록 모두 공수처로 이관하도록 규정했고, 타 수사기관과의 관계에서도 공수처의 우선적 수사권을 인정했다. 사건이 중첩되면 공수처장이 타 수사기관으로부터 이첩 받을 권한을 가진다는 뜻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나름 합리적이고 알차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독립성 및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수처 설치는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과 검찰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 문제다. 국회는 하루속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공수처가 조속한 시일 내에 설치되어 성역없는 수사기구로  가동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공수처 문제를 국회에서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지지부진해지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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