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고교생, 일반고보다 학력 미달 11배 높아
학력 저하 우려 현실로…도의회 행감서 논란일 듯

전국 진보교육감을 비롯해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와 ‘행복씨앗학교’ 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충북도의회가 당초 ‘학력 저하 현상’ 등을 우려, 혁신학교 추진에 의구심을 보냈던 터라 3년차를 마치는 혁신학교 성과는 올해 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1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곽상도 의원(자유한국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혁신학교 학업성취 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혁신학교 고교생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 고교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북도내 혁신학교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평균 22.3%로 충북 전체 평균(2%)보다 11배 높았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인천(19.5%)과 전북(16.3%), 서울(15.3%), 경남(11.6%)보다도 기초학력 미달 수준이 심각했다.

충북이 고교 혁신학교 추진 첫 해인 2015년 도내 전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0.6% 수학 1.6%, 영어 1.0%를 기록했고,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국어 0.6%, 수학 1.2%, 영어 1.2%)도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하지만 2년차인 2016년도 혁신학교 고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11배 이상 높아지는 현상이 빚어졌다.

2016년 도내 전 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1.5%, 수학 2.3%, 영어 2.3%를 보인 반면, 혁신학교 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19.8%, 수학 21.5%, 영어 25.6%로 급격하게 늘었다. 지난해 도내 중학교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국어 1.3%, 수학 3.6%, 영어 2.3%인 반면, 혁신학교는 국어 1.3%, 수학 8.2%, 영어 3.1%로 나타나, 혁신학교 학생의 학업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이 같은 분석결과가 도내 전체 혁신학교의 학력 수준을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2015~2016년 사이 도내 혁신고교 지정된 학교가 단 1곳으로 ‘평균(집합 내 값들의 대표치)’이라는 통계적 개념을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 교육청의 설명이다. 평가 또한 혁신학교 지정 후 2년 만에 이뤄져 시기적으로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충북형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는 김 교육감이 2015년부터 지정, 추진해 현재 도내 행복씨앗학교 30개(유 1개, 초 16개, 중 11개, 고 2개)와 준비학교 23개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내년도 행복씨앗학교와 준비학교 공모 결과 도내 60개교가 신청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1곳에서 이뤄진 평가 결과를 가지고 충북 전체 혁신학교 학력 수준을 단정하기는 허점이 많다”며 “해당 고교는 혁신학교 지정이 2년밖에 되질 않아 성과를 낼 수 없는 과도기 단계”라고 해명했다.

혁신학교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혁신학교 학력 수준이 시·도 단위별로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는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해마다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치르는 시험이다. 하지만 검증이 안 된 혁신학교 추진에 우려했던 충북도의회는 처음으로 혁신학교 학력수준이 나온 것에 대해 행감에서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는 충북교육청이 혁신학교를 추진하는 첫 해부터 예산 편성에 회의적이었다. ‘학력 저하 우려’를 들어 혁신학교 추진 반대 명분을 들었다가 2년동안 유예기간을 두고 학력 수준에 따라 책임 추궁을 할 것이라고 엄포하기도 했다.

혁신학교 추진 3년차인 올해 이러한 결과가 나오면서 도의회가 충북형 혁신학교에 제동을 걸고 나올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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