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에게 사고에 대한 최초 보고한 시점을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보고서 파일을 발견, 공개했다. 또 사고 이후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등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임 실장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던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이 사고에 대한 첫 보고를 받은 시간대가 변경된 것이다. 지난 정부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사고 당일 오전 10시에 세월호 관련 최초 보고를 받고 10시 15분에 사고수습 관련 첫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됐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도 제출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위기관리센터는 사건 관련 최초 상황보고서를 오전 9시 30분에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

문제는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국민의 비판여론이 들끓던 10월 23일에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일 상황보고 시점을 수정해 보고서를 다시 작성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을 30분 늦춘 것으로,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당시 긴박했던 1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실제 박 전 대통령은 9시30분에 보고를 받고 첫 지시를 내렸던 10시 15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있었던 셈이다. 이를 지켜보며 가슴 졸였던 상황을 떠올리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특히 세월호 사고 당시 시행 중이던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위기 상황의 종합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고 돼 있는데, 이 지침이 2014년 7월 말 김관진 안보실장의 지시로 안보 분야는 안보실이,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관장한다고 불법적으로 변경됐다. 청와대 안보실이 국가재난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존 내용을 삭제하고 역할을 대폭 축소해 ‘국가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장한다’라고 불법으로 수정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과 안보실장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가위기관리지침을 임의로 수정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세월호 사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감추기에 급급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훈령 등의 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하는 등 여러 법적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실장 임의로 지시해 변경한 것이다. 이는 세월호 사고 직후 6월과 7월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니고 안행부’라고 보고한 것에 맞춰 사후 조직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의 정부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국가위기를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담당해야할 당시의 청와대가 책임을 회피하고 국정을 농단한 전형적인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검찰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하며 수정된 지침 역시 바로잡아야 한다.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져 조작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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