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건국 이후 우리 국민은 가장 오랜 휴식 기간을 가졌다. 긴 휴식이 자영업자나 생산자에게 월수입의 3분의 1을 줄이는 부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국가의 근대화와 발전에 이바지한 우리 국민은 이러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이 긴 휴식 기간 인터넷 뉴스를 보면 연휴가 끝난 뒤에는 특정 진영 간 싸움이 본격화되어 진흙탕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전개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대한 조사는 표적 청산의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사건을 방패로 들고나오고 있다.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한다. 이 적폐가 사라지고 다시 반복되지 않을 때 우리 역사는 새롭게 써질 것이다. 그러나 이 적폐 청산이 정치 보복의 수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적폐는 우리 사회에 더 큰 해악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 적폐 가운데 하나인 정치 적폐로 반세기가 넘도록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아야 할 대통령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지도자를 가지지 못한 것은 우리에게 가장 큰 정치적 불행 가운데 하나이다.

친일파를 등에 업고 독선과 아집으로 국가를 혼란하게 한 초대 대통령은 우리 문화가 불운한 사람으로 여기는 객사(客死)한 대통령이 됐다. 내각제로 권력이 없던 4대 대통령은 장수는 했지만, 군부의 총칼에 그 존재감이 사라졌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근대화에 이바지했으나 유신 독재와 장기 집권한 대통령은 부하의 총에 명을 다하지 못한 대통령이 되었다. 정통 관료로 8개월 동안의 허수아비로 대통령을 지낸 존재 없는 대통령을 지나, 총과 시민이 흘린 피 위에서 권력을 잡은 두 대통령은 절대 권력을 이용해 부정 축재를 한 협의로 감옥살이하고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모두 박탈당했다. 문민정부의 이름으로 변화와 함께 개혁을 강조하다가 IMF를 가져온 대통령은 소통령인 자식으로 그 불명예를 함께했다. 현대사의 질곡과 인동초로 표현된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지만, 그 빛을 국민이 제대로 받지 못했다.

많은 사람의 가슴에만 있는 참여정부의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의 불운한 역사를 추가했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 집권 내내 독선으로 비난을 받은 대통령은 지금 그 적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대통령이 되고 아버지처럼 불운한 대통령으로 남게 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지금 10㎡ 감옥에서 선고만 기다리고 있다.

풍수하는 사람들이 청와대 자리 탓을 하지만,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받지 못하는 대통령만 있는 것은 우리의 정치체제에 존재하는 무소불위한 대통령의 권력과 그 주위에서 그 권력의 떡고물을 찾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 적폐가 사라지지 않는 한 돈방석에 앉는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퇴임한 우리 대통령은 가시방석에 앉아서 존재감 없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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