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최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공기업 등의 입사비리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개탄스러운 심정입니다. 그러한 비리는 공정성이 전제된 경쟁을 펼치고자 하는 수많은 지원자들을 사실상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그들의 노력을 허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폐해는 자명합니다. 또한 기업 스스로도 정당한 평가가 아닌 소위 백에 의한 입사나 승진이 가능하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게 되어 열심히 일할 유인의 상실에 의해 자생력을 급격히 악화시킬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당연히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처벌과 재발방지는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요즘 스스로의 자정노력 일환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선안이 ‘블라인드 채용 제도’의 전면적 도입입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그것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사전적 정의에 의하자면 블라인드 채용전형은 성별, 나이, 학벌, 성적 등 기타 요소들을 전혀 노출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채용자를 선정하는 전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취지 자체는 보다 더 많은 경쟁의 기회 부여 즉 전형 과정에서 다른 요소들의 반영도를 낮춤으로써 구직자들에게 경쟁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보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기능의 측면에서 본다면 여러모로 객관적 검증의 가능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즉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자칫 합격자의 선정이 객관적인지 즉 공정한 것인지 끊임없는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역기능은 자칫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부정한 청탁의 장’을 공식적으로 열어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는 적어도 필자가 보기엔 입사비리의 근본적 이유가 좋은 채용의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정한 청탁에 근거한 부정한 힘에 근거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부정한 청탁의 장’으로 전락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 커집니다.

이처럼 블라인드 전형 자체도 오히려 현재의 시스템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해 질수는 없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단점을 극복해 나가 개선을 이룹니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를 보면 너무 성급하게 마치 정권의 의사에 따라 블라인드 전형은 답인 것처럼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사실 가장 공정한 것은 추첨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첨이라는 제도를 극히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은 객관적이지 않은 운에 기반한 것이고 오히려 이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채용절차 또한 객관적인 요소들은 필요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단순히 그날의 면접의 운으로 당락이 가려지는 것은 그 자체로 또한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대한민국의 채용절차의 문제점이 분명히 확인된 이 시점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 어느 한 편에 치우치기 보다는 균형잡힌 채용제도의 마련을 위해 의견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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