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노인 및 장애인 복지시설, 동물과 사람의 화장장, 쓰레기 소각장 등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는 시설 등은 지역 이미지 손상이나 재산가치 하락 등의 이유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입지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서울 강서구의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지역민 사이에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행위는 헌법의 평등정신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주민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인권위가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해당 지역주민들이 특수학교설립을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인권위는 “지역발전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요구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나 장애인 특수학교가 지역사회 안전이나 발전을 저해한다는 근거가 없다”며 “유독 장애인 특수학교만은 안 된다고 반대하는 것은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학령기 장애아동이 누려야 하는 기본권의 동등한 향유를 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장애는 사회적 약자이며 누구나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보다는 시설을 유치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만은 안된다’는 것이 많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서울뿐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비슷한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어 지역주민을 설득해 상생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서는 위험시설로 인식돼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던 변전소 및 송전선로 착공식을 가졌다.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변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청주지역의 발전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발전소와 원거리에 위치한 중부지역의 저전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변전소가 준공되면 전력계통 손실 감소와 정전 위험 제거로 충청권 산업단지에 고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국가의 필요성에 의해 변전소를 건립해야 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한전은 5년여에 걸쳐 주민들과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합의서를 이끌어냈고 올해 극적으로 착공식을 갖게 된 것이다. 한전은 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의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했으며 주민피해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실천방안들을 제시했다.

한전은 해당지역인 오창읍 6개마을과 천안 동면 2개마을에 대해 특별지원사업을 통해 주택개량과 의료서비스 지원 등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복지·문화 사업을 지원키로 했다. 한전과 주민이 포기하지 않고 대화로서 상생과 협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 점이 갈등해소의 열쇠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사업주체가 지역주민들을 향해 어느 정도 진정성 있게 다가가느냐의 문제다. 일방적으로 지역이기주의(님비현상)라고 몰아붙이는 것 보다는 서로의 입장에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윈윈’ 하고자 노력할 때 진정한 협력과 상생(相生)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오창읍 신중부변전소 착공은 한전과 주민간의, 혹은 지역주민간의 진정성이 통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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