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위탁대리인 “死者 명예훼손 행위” VS 설치자 “친일행적 명백”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 경계 박달재 정상에 세워진 ‘가수 반야월의 일제하 협력행위’라는 제목의 ‘단죄판’ 철거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24일 제천시 등에 따르면 제천의병유족회와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 제천단양지회는 지난해 3월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의 노랫말을 지은 고(故) 반야월(본명 박창오·1917~2012년) 작사가의 일제강점기 협력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박달재 정상에 단죄판을 세웠다.

이에 대해 ‘울고 넘는 박달재’의 저작권위탁대리인이 단죄판 철거를 요구하면서 공방이 일고 있다. 저작권위탁대리인 A씨는 지난 6월 제천시에 공문을 보내 단죄판 철거를 요구했다.

A씨는 “단죄판 설치는 사자(死者) 명예훼손 행위”라며 “무단설치된 안내판을 법에 따라 즉시 철거해 달라”고 촉구했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도 단죄판 철거 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유지 관리에 관한 사항’이라며 제천시에 이 민원을 이송했다.

제천시는 민원 제기에 따라 지난 6월 설치자에게 단죄판 철거를 요청했었고, 지난 18일 재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제천시는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행정대집행’에 따른 철거와 원상복구 후 비용을 징수할 수 있음을 설치자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설치자는 시의 철거 명령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설치 관계자는 “친일행적이 명백한 인물에 대해 단죄문을 세운 것인데 의병도시를 내세우는 시의 철거 요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춘천(이범익), 천안(홍난파), 진안(윤치호), 전주(이두황) 등지에 친일인사 단죄판이 세워져 있다”고 덧붙였다.

제천시가 ‘법 적용’과 친일행적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국민 정서’ 사이에서 단죄판 강제 철거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단죄판에는 ‘단수의 군국가요에 이름을 남겼는데 1942년 군국가요 ‘결전 태평양’, ‘일억 총진군’ 등의 작사를 맡았으며, 1942년 ‘일억 총진군’, ‘조국의 아들-지원병의 노래’, 1943년 ‘고원의 십오야’를 노래했다’고 반야월 작사가의 친일행적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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