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시인 ‘안녕, 나의 별’ 출간
61편의 詩와 직접 그린 그림 수록

목덜미에 벌레가 앉았기에

털어내고 보니

눈곱만 한 벌레

주둥인지 집겐지 댁댁거리며 방어 자세다

가다 돌아서 위협까지 하며 맞선다

꼭 그 모양이

내가 만만하게 보이냐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 세상에 만만한 거 하나도 없다

―‘만만한 거 하나도 없다’ 전문-

이종수 시인이 5년 만에 세 번째 시집 “안녕 나의 별”(고두미·1만원·표지)을 내놓았다. 이번 시집은 시와 직접 그린 그림을 곁들인 그림 시집이다. 시집에는 ‘앵초’, ‘달개비꽃’, ‘황매화’, ‘버들피리’, ‘호박꽃’ 등 식물의 이름을 소재로 쓴 61편의 시가 그림과 함께 수록돼 있다.

이 시인은 “그림 아닌 그림입니다. 시로 다 쓰지 못한 마음 한쪽입니다. 오다가다 발길 멈추게 하며 지그시 물어오는 표정들일 뿐입니다. 색연필 몇 자루만 있으면 누구든 그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바삐 지나쳐 온 길목들을 생각하며 게으를 수 있는 권리, 고요할 권리 한 줄 마음에 새겨 보았습니다”라며 그림 시집의 의미를 전했다.

시집의 발문에서 이안 시인은 “누구나 겪어보았을 법한, 그러나 대부분 대수롭잖게 지나쳐 버렸을 장면에 시인은 멈추어 눈을 맞추고, 이 ‘눈곱만 한 벌레’의 말을 들으려 한다”며 “이번 시집에서 시의 곁이 되어 주는 풀과 나무 그림은 ‘눈곱만 한 벌레’처럼 ‘참 별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 오던 존재들을 향한, 시인의 세밀하고도 곡진한 맞이함이자 마주함의 의식(儀式)이라 해야겠다”고 썼다.

그는 덧붙여서 “내가 아는 이종수 시인은 묵묵한 사람이다. 이번 시집의 시편들에서 느껴지는 먹먹함은, 묵묵한 그의 인간됨에서 온다. 어디를 들추어 읽어도 마찬가지”라며 “시인의 행동과 실천을 포함하기에 어떤 고매한 정신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기석 시인은 “이종수의 시는 양면의 거울이다. 앞면에는 기억 속의 메시지, 울음의 모천을 찾아 나서는 성찰과 그리움의 서정이 있고, 뒷면에는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며 “풀, 꽃, 올챙이 등 작은 생명들을 나보다 귀히 여기고 떠받든다는 점에서 그는 생명과 동심, 슬픔과 연민의 천성을 지닌 시인”이라고 평했다.

이종수 시인은 충북작가회의 회원으로 199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자작나무 눈처럼’과 ‘달함지’ 등 2권의 시집과 산문집 ‘요놈이 커서 무엇이 될꼬’를 출간했다. 현재 청주에서 작은도서관 ‘참도깨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등단 이전부터 몸담았던 ‘엽서시’ 동인으로 시와 그림을 담은 엽서시를 전국의 독자들에게 배달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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