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배가 성가시다는 듯 몹시 짜증을 냈다.

“당신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을러대니 겁이 나서 그냥 내고 말았겠지요. 국법을 어기면 어찌 되는 줄 아슈? 모가지요, 모가지!” 

풍원이가 국법을 들먹이며 역으로 무뢰배들을 얼러댔다. ‘모가지’라는 말에 무뢰배들의 기가 한풀 꺾였다.

“얘들아, 이놈들 골치 아프니 도가로 끌고 가자!” 

풍원이가 조목조목 따지고 들자 무뢰배들이 체머리를 흔들며 살미 장터의 도가라는 곳으로 끌고 갔다.

“무슨 일이냐?”

“행수님, 이놈들이 험표도 없다 장세도 못 내겠다해서 끌고 왔습니다요. 이놈 말로는 그런 건 모두 불법이랍니다요! 말이 먹히지 않는 놈입니다요. 매를 댈 깝쇼?”

“그래 뭐가 불법이란 말이더냐?”

살미 도가 행수라는 사람이 무뢰배에게 손사래로 제어하며 풍원이에게 물었다.

“나라에서 금하는 것을 맘대로 만들어 순박한 사람들 등을 치니 그게 불법이 아니고 뭐란 말이오?”

풍원이가 행수에게 대차게 대들었다.

“세상이 법대로만 돌아가더냐? 그리고 나라 법이 우리들한테 해준 게 뭐가 있더냐? 백성이야 굶어 뒤지든 살든 지들 잇속만 차리려고 만든 것 아니더냐. 그러니 백성들도 나름대로 살아야 하기에 살구녕을 만든 게 불법이고 잘못된 일이더냐?”

행수도 지지 않고 따지고 들었다.

“욕하는 나랏님이나 행수님이나 별반 다를 것이 뭐가 있소이까? 나랏님을 빌미로 힘없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매한가지 아닙니까?” 

“그렇다면 너는 장터에 아무나 와 장사를 하는 것도 그냥 두란 말이냐?”

“그게 나랏법 아닙니까?”

“네가 하나는 보고 둘은 보지 못하는구나!”

“무슨 말씀입니까?”

“장이 그냥 서는 것이냐?”

“…….”

풍원이가 행수가 물어보는 뜻을 알아차리지 못해 잠자코 듣기만 했다.

“언뜻 보면 장터에서 팔고 사는 일만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 말고도 장이 서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느니라.”

“장터에서 사고 팔기만 하면 되지 뭔 일이 그리 많이 일어난단 말입니까?”

“장이 열리려면 가가는 누가 설치하고, 자리다툼이 일어나지 않게 구획을 만들어주고, 파는 물건이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정해주고, 문제가 일어나면 해결해주고, 장이 파하면 어지럽혀놓은 장바닥을 치우는 일까지 그걸 누가 하겠느냐? 행상들은 다음 장을 보려면 밤새 걸어야하니 길도 바쁜데 그걸 치우고 떠날 새가 있겠느냐? 뜨내기 난전들은 지 물건만 후딱 팔고 떠나는데 그들이 청소를 하겠느냐? 그런 것을 누가 다 하겠느냐? 대답을 해 보거라!”

“…….”

행수 말을 듣고 보니 일견 수긍이 갔다. 이번에는 풍원이가 할 말이 없어 대답을 하지 못했다. 행수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장터에 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걸 해야 하느냐. 한·두 번이야 할 수 있겠지. 그러나 언제까지 몇 사람들이 품을 사 그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아무도 관리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장 곳곳은 싸움장이 될 터고, 장터는 쓰레기 더미가 쌓일 테이니 누가 그런 곳에서 물건을 사고 싶겠느냐. 그렇게 되면 장터는 없어질 것이고 모두가 피해를 입지 않겠느냐. 그러니 원칙적으로는 나라에서 금하고 있지만 장사를 나온 사람들한테 십시일반으로 거둬 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직도 불법이라고 생각하느냐?”

행수가 물었다.

“아닙니다요. 행수님께 모르던 큰 것을 하나 배웠습니다요.”  

풍원이가 행수의 물음에 수긍을 했다.

“그리고 너희들도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몰아치지 말고 장세를 왜 거둬야하는지 조근조근 설명을 해줘야할 것 아니냐. 그러니까 너희들이 무뢰배 소리를 듣는 게여. 힘만 쓰지 말고 대갈통들도 쓰거라! 알겠느냐?”

행수가 무뢰배들에게 일갈했다.

“예, 행수어른!”

무뢰배들이 허리를 굽히며 한꺼번에 대답했다.

“그래 너희 둘은 뭘 하는 사람이더냐?”

행수가 풍원이와 장석이를 보며 물었다.

“저는 충주 윤 객주 상전에서 일을 하며 장사를 배우는 중이고, 이 형님은 저와 함께 행상을 다니는 중이었습니다.”

“윤왕구 객주를 말하는 것이더냐?”

“어르신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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