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원이와 장석이가 어물전에서 나와 장마당을 활보하며 걸어갔다. 장석이의 지게 다리에 묶어놓은 굴비가 좌우로 마구 흔들렸다.

“야! 니들 뭔 장사를 한 거여?”

두 사람이 장터를 막 빠져나가기 시작했을 때였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무뢰배들 대여섯이 풍원이와 장석이를 불러 세웠다.

“장사 안 했수다!”

풍원이가 대거리를 했다.

“첨부터 다보고 있었으니 잡아떼지 마! 장머리에서 어떤 사내에게 쌀을 퍼주고, 어물전에서도 쌀을 퍼주고 굴비 산 걸 모를까봐.”

“그건 일한 형님 품삯으로 준 거구, 어물전에서는 그냥 굴비만 산 건유.”

장석이도 장사를 한 것이 아니라며 자초지중을 말했다.

“굴비를 사며 쌀을 퍼주었다면 너도 쌀을 판 게 아니더냐?”

“그래, 안 그래?”

“맞아, 안 맞아?”

무뢰배들이 두 사람을 둘러싸며 을러댔다.

“그러긴 한데유…….”

언뜻 들어보면 무뢰배들 이야기가 맞는 듯도 싶었지만, 장석이 생각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확답은 짓지 않았다.

“이놈들이 은근슬쩍 빠지려고 하네!”

“아무래도 된맛을 한 번 봬줘야 정신이 들겄냐?”

무뢰배들이 겁박했다.

“니들 장돌뱅이 아니냐?”

“아녀유!”

“아닌 놈들이 쌀을 한 섬씩이나 지고 다니냐?”

“이건 팔려는 쌀이 아니라 품삯으로 받은 거유?”

“니놈들이 뭐간디 품삯으로 쌀을 한 섬씩이나 받았단 말이냐?”

“성님, 이놈들이 이젠 그짓뿌렁까지 허네유. 아무래도 혼구멍을 내야 제 정신을 차리겄네유.”

무뢰배들 중 한 녀석이 손바닥에 침을 뱉아 두 손을 탁탁 치며 성님이란 놈을 쳐다보았다.

“증말이유!”

장석이가 안절부절 못하며 설명을 하려했다.

“여기 살미장에선 미전을 통해서만 쌀을 팔고사야한다는 걸 몰러? 그걸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엇!”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무뢰배들은 두 사람을 험악하게 몰아붙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가유?”

장석이가 무뢰배들의 엄포에 기가 죽어 말했다.

“남의 장터에서 장사를 했으니 장세를 내야할 게 아니더냐!”

“장세라니요?”

풍원이가 나서며 대신 물었다.

“그럼, 험표 내놔봐!”

무뢰배는 장세를 내지 못하겠다면 살미장 도가에서 장사를 해도 좋다고 허락한 험표를 내놓으라고 했다. 그러나 험표를 발급받으려면 돈을 내야했으니 장세나 험표나 그것이 그것이었다.

“그건 불법이요!”

풍원이가 맞대거리를 했다.

풍원이는 이미 살미장에서 이들 무뢰배들로부터 봉변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무뢰배들은 도가에서 험표를 샀느냐며 억지를 부렸었다. 험표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예전에는 아무나 마음대로 장사를 하지 못했다. 장사도 나라에서 허락한 소수의 장사꾼들만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이 육의전이었다. 육의전은 나라에서 벌인 큰 공사나 나라의 큰 잔치에 필요한 물품들을 대신 공납해주고, 그 대신 자신들이 취급하는 물품들을 사상들이 사사로이 파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특권을 나라로부터 부여받았다 그것이 금난전권이었다. 그러나 사상인들의 세력이 점점 커짐에 따라 육의전과의 마찰이 생겨나고 폐단이 심해지자 이미 오래전에 전에 폐지된 구습이었다. 그런데도 상인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자구책으로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풍원이는 지난번 살미장에서 봉변을 당한 후 우갑 노인으로부터 들어 그 일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눔 봐라! 네가 지금 불법이라고 하였느냐? 남의 장터에 들어와 말도 없이 장사하는 놈이 불법이지, 내 땅에 들어와 장사하니 장세를 내라하는 내가 잘못이냐?”

무뢰배가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인상을 썼다.

“나라에서 금한 것이니, 불법이 아니고 뭐요?”

풍원이도 지지 않고 맞섰다.

“그럼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는 말이냐? 지금까정 다른 놈들은 군말 없이 냈는데, 왜 니놈만 지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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