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놓고 장석이를 업신여기고 있었다.

“저 굴비 전수 얼매유?”

“두 냥!”

노파가 두 손가락을 장석이 눈앞으로 펴 보이며 말했다. 아무리 어물이 귀한 내지 깊숙한 곳이라지만 굴비 한 두름에 쌀이 반 섬이라니 장석이는 기가 질렸다. 반 섬이면 돈으로는 두 냥이고 장석이네 아홉 식구가 보릿고개를 넘기고도 남을 쌀이었다.

“한 손만 줘유.”

좀 전의 기세등등하던 태도는 오간데 없고 장석이가 금방 기가 꺾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말고 돈도 없어 보이는 데 두 손만 가져 가! 그리고 한 마리 더 인심 쓸 테니 두 말만 내!”

노파는 어리숙해 보이는 장석이를 낚기 위해 설레발을 치고 있었다. 굴비 한 두름이면 똑 고른 놈으로 열 마리를 엮어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노파는 굴비를 손으로 팔겠다는 것이었다. 생물은 큰놈과 작은놈을 쌍으로 지어 손으로 팔았지만 굴비 같은 간절이나 건어물은 낱개나 두름으로 파는 것이 상례였다. 노파의 속셈은 상품과 하품을 섞어 팔겠다는 말이었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한 마리를 더 덤으로 줄 테니 두 손 값을 내라는 말이었다. 한 마리를 더 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제 돈을 주고 물건을 사면서도 덤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었다. 노파는 장석이가 물정에 어두운 것을 간파하고 속이기 위해 이 말 저 말을 하며 현혹하고 있었다. 노파의 설레발에 장석이가 얼른 계산이 서지 않아 우물쭈물했다.

“형! 다른 데로 가보자!”

풍원이가 장석이를 끌며 발길을 돌리는 시늉을 했다. 노파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직 흥정도 안 끝났는데 왜들 그러시나?”

“얼마에 주시려우?”

이번에는 풍원이가 흥정을 했다.

“다섯에 팔 전!”

노파는 한 마리를 더 덤으로 주겠다며 굴비 두 손 값으로 쌀 두 말을 요구했다.

“이 전에 한 손만 주슈? 싫으면 관두고!”

풍원이가 잘라 말했다.

“다섯 마리면 한 냥인데 두 마리 사며 이 전에 달라니 깎아도 유분수지, 젊은이가 너무 하는 것 아니우?”

“그럼 그만 두슈!”

풍원이가 매몰차게 돌아섰다.

“알았수, 그렇게 가져가시우! 젊은이가 사십 년 장사꾼인 나보다 더 잘 후려치는구려.”

둘은 어물전을 나왔다.

“풍원아! 역시 넌 달러!”

장석이는 굴비를 거저나 다름없이 샀다며 기뻐했다.

풍원이가 굴비 한 손을 이 전에 살 수 있었던 것은 충주 우갑노인에게 받은 물목 덕택이었다. 살미는 충주와 가까운 까닭에 모든 물건 가격이 충주의 영향을 받는 상권이었다. 처음에는 풍원이도 어물전 노파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런데 장석이에게 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은 굴비 가격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풍원이가 물목을 펼쳐보았다. 거기에는 굴비 상상품이 한 두름에 한 냥, 즉 십전이었다. 그러니 상상품 굴비 한 손 값이 이 전인 셈이었다. 노파는 장석이 쌀을 보고 값을 두 배로 부른 것이었다. 처음부터 노파는 장석이가 굴비 한 두름을 살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충주 같은 큰 장에서도 두름으로 굴비를 사가는 사람은 일 년에 손을 꼽을 정도였다. 관아에 연회가 있거나 대갓집 큰 잔치가 있을 때라면 몰라도 그 비싼 굴비를 한 마리도 아니고 두름으로 살 여느 집안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런 시골 장터에서 두름으로 사갈 사람이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노파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노파가 장석이 자존심을 긁으며 부추긴 것은 폭리를 취하기 위한 술수였다.

노파가 굴비 한 손에 사전이라며 두 손을 사라고 부추기고 거기에 한 마리를 덤으로 줄 테니 쌀 두 말을 달라고 한 것은 장석이를 어지렵혀 판단력을 흐리게 하려는 술책이었다. 쌀 두말이면 팔 전이었다. 굴비가 상상품이라고 하더라도 다섯 마리면 오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노파는 상상품도 아닌 굴비 한 마리를 더 얹어준다며 인심을 쓰는 척 했고, 뒷전으로는 자신의 잇속을 최대로 차리고 있었다. 이런 시골 장터에 그런 최고의 상상품이 들어올 리 만무했다.

노파가 처음 부른 대로 팔 전을 주었다면 굴비가 상상품이라 해도 노파는 삼전이 남는 셈이었다. 그러나 상상품도 아닌 굴비에 배가 넘는 가격을 붙이고 거기에다가 이문까지 붙였으니 이래저래 노파는 어리숙해 보이는 장석이를 등쳐서 몇 곱절의 이문을 남기려 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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