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검푸른 숲 속에서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가 가을을 재촉하지만 찜통더위는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느낌이다. 무덥고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파도가 밀려드는 해변으로 가고 싶었다.

이에 공감(共感)하는 문봉(紋鳳), 해암(海岩), 지원(芝園) 3인의 우정은 1박 2일로 해변을 찾아간다. 가는 곳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에 속하는 큰 섬 대부도 해변이다. 큰 언덕처럼 보인다 해서 대부도(大阜島)라 했던가. 배를 타지 않고 시화호 방조제를 넘어 다리를 건너 간다니 사실 섬이라 볼 수도 없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1일 관광지로 인기가 높아 여름이면 인파가 민물처럼 들고 나는 곳, 김과 굴 양식업이 발달하고 연안에는 조기와 새우가 많이 잡힌다는 곳, 서해안의 문화 유적 패총(貝塚)과 빗살무늬 토기도 발굴됐다는 곳, 이런 해변을 찾고자하는 우리들은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처음 찾아가는 길이지만 문봉의 전직 동료의 친절한 아내에 힘입어 시흥터미널에서 내려 콜밴 택시를 불러 타고 달렸다.

주말이라 홍수처럼 넘치는 차량 행렬을 뚫고 달리는 택시는 12시가 넘어서 대부도 한복판에 내려놓았다. ‘모세펜션’ 이름만 들어도 바다를 가르는 신령처럼 신비함이 느껴지는 집에 여장을 풀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해변길 4km를 걸었다. 바닷바람은 무덥고 답답했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드넓은 갯벌에는 조개 잡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 같았고, 파도에 밀려 쌓이고 쌓인 흰 조개껍질이 유물처럼 보인다. 그것이 오랜 세월의 흔적일까 해변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다. 북적대며 오가는 젊은이들 틈에 끼여 걸었다.

구름 낀 하늘,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하지만 낙조(落照)의 장엄한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바다는 영원하고 꿈과 낭만이 넘친다.

바다의 힘! 그것은 시화방조제(始華防潮堤)와 세계제일의 조력발전(潮力發電) 대역사를 이루었고 수도권 경제도약의 힘이 아니던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지만 유독 충북만은 바다가 없다. 그래서 해변을 걷고 싶었다. 바다가 동(動)적 이라면 호수는 정(靜)적이다. 잔잔한 호수에는 어머니 같은 여성미가 넘치고 바다에는 아버지 같은 남성미가 매력이다. 해가지고 검은 바다에는 고기잡이 불빛이 깜박 깜박 우리들의 고독과 낭만의 가슴을 울린다. 먼 수평선 넘어 희미하게 비치는 야광은 인천공항의 불빛이란다. 밤비 내리는 바다가 모세펜션, 따듯한 잠자리에서 깨어난 아침! 주말에 그렇게 북적대던 차량들과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썰물처럼 빠져 나간 월요일 아침이다. 펜션주인의 안내로 이 섬이 지닌 곳곳을 둘러보았다. 메추리봉 해안, 수산물 직판장도,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 해변의 인공 교각(橋脚)길도 걸었다. 전국적 괴 수목지역으로 기암절벽에 150년 된 소사나무숲은 처음 보는 장관이다. 떠나올때는 활짝 갠 날씨였다. 시화호 38층 전망대에 올랐다. 호수와 바다의 경계 방조제 길을 힘차게 달리는 자동차의 행렬을 바라보면서 해변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돌아섰다. 바다를 그리던 마음도, 모세펜션 하룻밤의 정담도 해변을 걷던 즐거움도 이제는 모두가 옛이야기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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