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식 청주시 서원구 농축산경제과장

9월 접어들면서 올 여름 지루하게 내렸던 비도 그치고 하늘은 높아지고 산들산들 부는 가을바람을 타고 곡식은 알알이 영글어간다.

매년 가을 수확기에 접어들면 농촌에는 돈을 주고도 일손을 구할 수 없다.

우리나라 농촌마을 대다수가 가장 젊은 사람이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이고, 이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농촌을 이끌어가는 주역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농사에 품을 제공하던 노령층이 있었는데 그 분들이 고령이 되고 돌아가셔서 그나마 얻던 품도 못 구하는 실정이다.

필자가 나고 자란 마을은 어린 시절 가구 수가 50호 정도 됐는데 그때는 경운기도 없고 소로 논밭을 갈고 서로 간의 품앗이로 그 넓은 논과 밭을 정성스럽게 가꿔 거기서 나온 곡식으로 온 가족이 오순도순 겨울을 났다. 지금은 그 많던 농촌 인구가 산업화에 밀려 도시로 나가고 떠나지 못한 들이 이제 노인이 돼 15호 정도만 남아있는데 그 중에서도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반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농촌 노동 인력 현실이 이런 실정이라 씨 뿌리고 농사를 준비하는 4∼5월과 수확기인 9∼10월은 노동 인력이 없어 늙은 농부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 시기에 농촌 일손 보탬을 위해 각종 단체회의 시 참여를 독려하고 부서별로 봄가을 농촌 일손 돕기를 추진하고 있으나 그 도움만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9∼10월 접어들면 촌로들은 고구마 캐랴, 고추 따랴 한 평생 농사로 꼬부라진 허리가 더 꼬부라져 밤이면 허리가 아파 밤잠을 못 이루는 이가 태반이다.

농촌은 마음에 고향이고 우리가 먹고 사는 기본을 해결해주는 곳이다.

근본적인 농촌문제 해결책이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부족한 농촌 일손을 해결해주는 일이다.

지자체나 기업, 기관에서 1사 1촌 농촌 일손 돕기 등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시민 스스로 자발적인 농촌 봉사문화가 활성됐으면 한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농업이 무너지면 우리 먹거리를 누가 책임져야 하나? 올 가을 우리 부서도 품이 없어 애태우는 농가 일손을 도우며 아름다운 땀방울을 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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