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수해 속에 해외연수에 나섰다가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산 충북 도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치자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도의회가 제 식구 감싸기에 빠져 도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외유 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했고, 도의회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물징계’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충북도의회 윤리특위는 지난 4일 레밍(들쥐) 발언을 한 김학철 의원에 대해 ‘출석정지 30일’, 함께 연수에 나섰던 박봉순·박한범 의원에게는 ‘공개 사과’ 징계를 각각 내렸다. 그러나 출석정지 30일이라는 징계가 실제는 단 하루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도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출석정지 기간에 의정활동을 하지 않는 비회기 기간이 포함돼 사실상 징계 효과가 상실됐다는 게 지역사회의 판단이다.

이 같이 ‘무늬만 징계’가 가능했던 것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같은 당 소속의 징계 대상 의원들을 챙겨준 때문으로 풀이된다. 충북도의회는 본회의에서 윤리특위 안건을 처리하면서 원안(출석정지 등)은 17대 9로 찬성했으나, 민주당이 김학철 의원 제명을 골자로 해 발의한 수정안에 대해서는 16대 11로 반대했다. 충북도의회는 30명의 의원 중 자유한국당이 17명이다.

충북도의회 윤리특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태극기 집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미친개’라고 발언한 김학철 의원, 2년 전 술자리에서 공무원에게 술병을 던져 문제가 된 박한범 의원 등이 윤리특위에 회부됐지만 징계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적발된 도의원은 아예 윤리특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았다. 음주운전에 엄벌을 강조하는 국민 정서와는 사뭇 다르다.

윤리특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윤리특위가 의원들로만 구성돼 있다 보니 자기들끼리 봐주는 것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다. 같은 의원끼리 징계하자고 주장하기가 민망하니 시간만 끌다 유야무야하는 것이다.

비위 의원을 징계해야할 윤리특위가 제 식구를 어쩌지 못해 면죄부 기구로 전락한 지방의회는 충북도의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여타 지방의회의 상황은 비슷하다. 왜곡된 온정주의가 판치는 한 지방의회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법 개정을 통해 윤리특위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외부인사의 관여는 그나마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여 지방의원들의 비위를 사전 차단하는 효과도 불러 올 수 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징계수준도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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