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심천, 물고기야 안녕?

▲ 참가자들이 pH용지를 활용하여 무심천 수질측정을 하고 있다.
▲ 참가자들이 물고기를 관찰하기 위해 쪽대로 물고기를 잡고 있다.

생태체험 프로그램은 주제에 따라 꼭 준비하고 감수해야 할 것들이 있다. 지난 주말 ‘자연아 놀자’ 열한 번 째 프로그램’을 ‘무심천, 물고기야 안녕?’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는데 바로 이런 경우다. 우선 장소가 중요하다.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 즉 물고기가 많이 살고 아이들과 가족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다음은 시간이다. 한여름 무더위나 한겨울 추위와 씨름하며 물고기들의 특징을 살펴보며 생태적 감성을 끌어내기는 어렵다. 산란기인 5~6월도 피하는 게 좋다. 가을이 좋다. 끝으로 프로그램과 준비물이다. 물고기를 어떻게 채집할 것인지, 어떻게 관찰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즐기고 배우고 느끼게 할 것인지 잘 설정돼야 한다.

장소는 가급적 생명문화체험마당 주행사장이라 할 수 있는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근처로 정하려 했다. 3순환로 까치내교 부근이면 좋다. 하지만 무심천 하류인 이곳은 미호강 합수부 아래 작천보의 수문을 열어 놓지 않은 상황에선 곤란하다. 수심이 깊기 때문이다. 더 상류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송천교에서 방서교에 이르는 무심천의 중하류 구간 전체를 답사했다. 7월 폭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무심천의 호안을 생태적으로 유지해 왔던 갯버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홍수로 쓰러진 나무들을 대부분 베어낸 모양이다. 서문교 상류쪽엔 하상도로 중복구간에 대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몇 년 전 하천생태를 복원하기 위해 차량 진입을 막고 100일간의 실험을 펼쳤던 곳이다. 그동안 80여%의 하상주차장을 철거해 왔지만 하상도로를 철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십여 군데 답사를 한 후 물고기 관찰학습에 적합한 곳을 찾았다.

제2운천교 하류 율량천합수부 부근이다. 제방에서 호안까지 오솔길이 나 있었고, 호안에서 하중도(섬)까지 돌다리가 놓아져 있다. 수심은 무릎 정도로 깊지 않으며 하중도를 끼고 수초지대와 넓은 모래톱, 자갈밭이 형성되어 있어 다양한 서식환경을 갖추고 있다.

청주의 도심하천인 무심천은 가덕면 내암리 산기슭에서 발원하여 원평동 까치내 미호천합수부에 이르는 길이 34.5㎞의 지방하천이다. 1980년대 말 시궁창 같던 무심천의 수질과 1990년대 초 하상주차장으로 채워졌던 무심천 둔치는 시민들의 하천살리기운동과 청주시의 하천복원사업 등 노력으로 지금은 수질도 꽤 좋아졌고 하천생태계도 많이 회복되었다. 물속엔 물고기들이 살고, 무심천 둔치에선 시민들이 걷거나 쉬고, 밤에는 수달이 헤엄치는 곳, 우리가 꿈꿔온 무심천의 모습이다. 40여종의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무심천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로운 삶의 공간으로 조금씩 접근해 가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되자 약속된 장소에 에코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른 때에 비해 아빠들이 늘었다. 9월 초, 더위는 가셨지만 햇살은 따가웠다. 빨리 물에 들어가는 게 최선책이다. 하지만 물고기의 생태적 특징과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선행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신나는 물놀이에 그칠 수 있다.

오늘 프로그램의 주강사는 필자가 맡았고 에코리더 김희정, 정영주, 조은숙 선생님이 세 모둠의 인솔을 맡았다. 진행을 맡고 있는 김은선 사무처장이 참여가족들 소개를 마치고 나서, ‘설명은 짧게 체험은 길게’를 주문한다. 짧은 설명을 마치고 무심천으로 들어갔다. 다함께 외치는 오늘의 생태인사는 ‘자연아 놀자, 물고기야 반가워~’이다.

무심천이 만든 작은 섬에 들어갔다. 먼저 간이수질측정을 한다. 무심천의 물은 안심하고 들어갈 수 있는지, 혹 마실 수 없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물론 개략적 결과이다. 모둠별로 pH용지를 활용한 산도와 COD팩테스터를 활용한 화학적산소요구량을 측정한다. pH는 6.5~7, COD는 6정도로 나타났다. 마실 수는 없지만 물속에 들어가 발을 담그기엔 문제가 없다.

물고기 관찰학습은 채집, 관찰, 기록, 발표 순으로 진행한다. 물고기 잡기는 족대와 어항을 이용한다. 모둠별로 떡밥을 다져 어항을 놓고 가족들이 함께 족대 질을 한다. 익숙치 않지만 곧 여기저기서 ‘잡았다’ 탄성이 터져 나온다. 조금 지나니 채집인지 물놀인지도 구분되지 않는다. 40~50분 정도 지나자 꽤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 잡은 물고기를 새롭게 제작한 납작한 관찰통에 넣고 가족별로 관찰과 기록을 한다. 관찰표에 따라 몸의 크기, 몸통의 형태, 지느러미, 수염과 비늘, 옆줄, 무늬 등 특징을 적고 그림을 그린다. 지난해 녹색청주협의회가 제작한 무심천 어류도감을 보며 어떤 물고기인지 이름도 찾아본다. 말조개에 알을 낳는 납자루와 중고기, 가슴에 빨판이 있는 밀어, 돼지 입을 닮은 돌고기, 옆무늬가 진한 줄몰개, 모래를 좋아하는 모래무지, 외래어종인 블루길 등…. 아이들의 발표시간이다. 납자루 지느러미의 붉은 띠무늬, 돌고기의 입, 줄몰개의 줄무늬를 잘 표현한다. 관찰을 마친 물고기는 물 속으로 돌려보내 준다.

체험의 마무리는 물수제비 뜨기다. 무심천지킴이로 오래 활동했던 최병수 시설주임이 시범을 보인다. 30탕은 족히 넘게 튀긴다. 마치 돌고래 같다.

아빠들과 아이들의 도전이 이어졌다. 햇살은 아직 따가웠지만 물속에서의 체험은 신났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다시 생태인사를 외친다. ‘자연아 놀자, 물고기야 잘살아~’

염우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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