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갑 노인의 칭찬에 풍원이 목소리가 날아갔다.

“장사는 팔기도 잘해야겠지만, 파는 것 못지않게 사들인 물건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약초처럼 귀한 특산물은 무게가 적어 운반도 수월하고 게다가 비싼 물건이니 멀리 옮겨가도 돈이 되겠지만, 값도 안 나가는 물건을 멀리까지 가져가면 품값이나 나오겠느냐. 배하고 마차로 옮겨왔으니 망정이지 만약 품을 사서 지게질로 청풍에서 예까지 옮겼다면 뭐가 남겠느냐? 무턱대고 등골 빼며 옮기지 말고 현지에서 처분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게서 팔기도 하며 요량껏 장사를 해야지!” 

칭찬이 가시기도 전에 우갑 노인은 지적을 했다. 풍원이 표정이 금방 시들어졌다.

풍원이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내 장사였다면 요모조모 따져보며 장사를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장사를 해보라고 받은 물건은 풍원이 것이 아니라 윤 객주 상전 소유였다. 그러니 소금을 팔아 생긴 모든 물건 또한 윤 객주 상전 소유였다. 그런 남의 물건을 제멋대로 운용하는 것은 도둑질 한 가지라고 풍원이는 생각했다. 설사 물건을 되팔아 이득을 더 남길 수 있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우갑 아범, 풍원이 장사가 신통치 않은가보이!”

출타를 했다가 돌아오던 윤 객주가 곳간 앞마당에서 물건을 살펴보던 우갑 노인에게로 다가오며 물었다.

“그래도 초짜치고는 제법입니다요. 가지고 온 곡물을 보니 가져갔던 밑천을 제해도 곱절 장사는 너끈할 듯합니다요!”

“그래? 풍원이가 장사 재간이 있구먼.”

윤 객주가 풍원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견해했다.

“또 며칠 전 가지고 온 약재 중에는 동충하초가 있어 확실한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함께 권 약국네 집으로 보냈으니 곧 기별이 올 것입니다요.”

“그런 귀한 것을 구했단 말이지. 참 신통하구먼!”

 윤 객주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잘 해낼 것 같습니다요!”

우갑 노인이 풍원이를 두둔했다.

“단양 관아로 가는 배는 언제지?”

“모래입니다요.”

“이번에는 풍원이에게 소금 열 섬을 내주게. 그리고 배로 실어다주게!”

윤 객주가 우갑 노인에게 이르고는 바깥마당과 연이어져 있는 집채로 들어갔다. 사방이 길다란 회랑으로 되어있는 ‘ㅁ’자 집채 안에 윤 객주가 일을 보는 방이 있었다.

“어르신, 이번 장사길에 단양 조산촌 거리골이라는 데를 갔습니다. 동충하초도 거기서 가져온 것입니다요. 그런데 그 집 주인인 약초꾼 두출이가 사오십 년은 된 하시오를 캤다며 보여주었는데 두 발은 됩디다요.”

풍원이가 두 팔을 벌리며 설명했다.

“그래 그 물건을 어찌 하였느냐?”

갑자기 우갑 노인의 표정이 달라졌다.

“쌀 두어 섬은 받아야한다는데 살 수가 있나요?”

풍원이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맹추같은 눔아, 그런 귀한 것은 남 손 타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놨어야지!”

“그게 그렇게 귀한 것인가요?”

“그렇게 오래 묵었다면 천종삼 버금가는 것이다. 하수오가 그리 오래 묵었다면, 어찌보면 천종보다 구하기 더 어려운 약재다. 잠깐만 기다리거라!”

 우갑 노인이 윤 객주가 일을 보는 방으로 바삐 걸어갔다. 그러더니 한 참 후 나왔다.

“엽전 닷 관을 내줄테니 너는 이 길로 바로 가 그 하수오를 사도록 해라. 돈은 달라는 대로 깎지 말고 다 주거라!”

풍원이는 깜짝 놀랐다. 엽전 다섯 관이면 상상품 쌀이 열 가마요, 소금이 스무 가마였다. 이제껏 풍원이가 한꺼번에는 만져본 적이 없는 큰돈이었다. 예전 청풍장에서 채마전을 정리하며 쌀 서른 가마를 받았던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홍판식과 덕구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졌고, 풍원이 대신 홍판식이 관리를 맡았기에 풍원이에게는 머릿속에만 있던 돈이었다. 그마저 홍판식의 장사가 망해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 돈은 일 년을 넘게 해서 벌어들인 돈이었다. 장사를 하며 엽전 다섯 관을 한꺼번에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집에 다른 약재들은 없더냐?”

“집 안팎이 온통 약초였습니다요.”

“그것들도 사들이도록 하거라. 그리고 그 약초들을 지고 청풍으로 넘어가지 말고 하진나루로 나오도록 해라. 그러면 거기에 우리 상전 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바로 떠나거라!”

우갑 노인이 풍원이에게 서두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