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풍원이는 불안했다. 제대로 장사가 됐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풍원이가 물목을 들춰보았다. 그것이 비록 충주 향시 시세를 적어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기준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목을 살펴보던 풍원이가 깜짝 놀랐다. 소금과 맞바꾼 약재들 가격이 너무나 달랐다.

아침나절에 두출이 집에서 소금 일곱 말을 주고 바꾼 약재만 해도 그랬다. 물목에는 복령 한 관에 오 전, 당귀하고 시호는 각기 이 전이었다. 그렇다면 이것만 해도 석 냥이었다. 게다가 두출이가 귀해서 금도 없다고 했던 동충하초는 열 마리 한개 묶음으로 무려 한 냥에서 석 냥 사이라고 적혀있었다. 봉투 속에는 어림잡아도 수십 마리는 됨직한 동충하초가 들어있었다. 한 냥씩만 받는다 해도 닷 냥이고 합치면 여덟 냥이었다. 소금값 두 냥을 빼도 여섯 냥이 남는 셈이었다. 거리골 집들을 찾아다니며 맞바꾼 두 지게의 약초를 모두 따져보면 얼마나 더 많은 이득이 남게 될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조산촌까지 힘겹게 넘어온 보상은 충분하고도 넘칠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이 모든 것이 집주인 익수와 약초꾼 두출이 덕분이었다. 하루 동안 소금 한 섬을 몽딸 팔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두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두출이의 도움이 컸다. 두출이 자신도 힘들게 살면서 왜 자신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든 갚을 방법을 찾아야했다. 남의 도움을 받기만 하고 모른 척 한다면 그건 사람 도리가 아니었다.

“장석이 형, 낼 약재들 모두 청풍으로 옮겨 줘.”

풍원이는 남아있는 소금을 모두 조산촌에서 팔아버릴 작정이었다. 아무래도 소금을 약재와 바꾸는 것이 많은 이득을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조산촌은 산중이라 약초는 흔했지만 바깥 물건이 귀했다. 그러다보니 바깥에서 들어오는 물건들은 상상이상으로 비쌌다. 당연히 소금 값도 비쌀 수밖에 없었다. 워낙 궁벽한 산골인 까닭에 장사꾼들조차 발걸음을 멀리했다. 마을사람들도 출타를 한 번 하려하면 산길을 걷고 강을 건너 또 걸어야하니 여간해서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더구나 애기 손조차 아쉬운 농번기에는 단산까지 갔다와야하는 먼 길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 차에 소금장수가 마을에 들어왔으니 약초 인심까지 후했다.

“왜 같이 안 넘어가구?”

장석이가 왔던 길을 도타 혼자 절맷재를 넘고 마당재를 넘어 청풍까지 가려니 선뜻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난, 남은 소금을 가지고 조산촌 일대를 돌며 팔아놓을 테니 서둘러 갔다 와! 아무래도 형 오기 전에 동 날 것 같아!”

풍원이 짐작은 그대로였다. 이미 마을마다 소금장수가 왔다고 소문이 퍼져있었다. 풍원이가 남은 소금을 지고 마을 고샅을 들어서기 무섭게 소금과 바꿀 물건을 들고 아낙네들이 모여들었다.

“소금은 또 가지러 갔으니 걱정 마세요!” 

풍원이가 안심을 시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낙네들은 행여 소금이 떨어져 자신들 차지가 오지 않을까 걱정되어 야단법석을 떨었다.

“소금 말구 딴 것은 없수?”

“뭐가 필요하셔유?”

“이런 산골에 뭐는 필요하지 않은 게 있겠수. 우리 집 멍텅구리 빼놓고는 다 쓸데가 있다우!”

“지랄하고 자빠졌네! 저런 년들이 신랑 죽으면 아쉬워 젤 먼저 팔자 고치겠다고 나설 것들이여!”

“이런 시커먼 촌년을 누가 델구나 간대유?”

“그런 년이 신랑 귀한 줄 모르구 입 초사여?”

“바쁜데 왜 쓸데없는 짓거리유. 장사 양반, 새우젓 같은 것은 안 가져왔남유?”

“담에 올 땐 마른 어물도 좀 갖다 주시우!”

“알았슈. 담에 올 땐 꼭 갖고 올께유!”

풍원이가 아낙들의 말투를 따라하며 능청을 떨었다. 장사가 잘되니 변죽도 늘었다. 어디선가 용기도 생겨나고 힘도 솟아 장사에도 재미가 붙었다. 풍원이는 아낙들의 요구를 들으며 소금만 팔 것이 아니라 다른 물건들도 한 번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걸어야 하는 길은 같은데 거기에 물건 몇 개 더 늘린다 해서 큰 부담이 될 것은 없어보였다. 이번 장사를 끝내고 충주 윤 객주 상전에 가면 우갑 노인에게 물건을 대달라고 부탁해볼 작정이었다.

가져온 소금은 모두 떨어지고 장석이가 오려면 하루는 더 기다려야했다. 이참에 풍원이는 약초에 대해 좀 더 배워보기로 했다. 익수네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난 후 풍원이는 거리골 두출이네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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