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올해는 여러가지로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변화무쌍한 기념비적인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그동안 곪아있던 상처를 치유해가기 위해 어디에 상처가 있고, 얼마나 심한지 세심히 조사하고 빠짐없이 공개하는 다소 혼란스러운 시기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몰랐거나 들추기 싫은 불편한 진실들이 공론화 하게 될 것이며, 국민들은 본인이 처한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표출할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갈등의 조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필자는 ‘소통의 시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금 한창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달걀 살충제 파동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기준치 이하라고는 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검출되었고, 관련 부처는 매일 100개 이상의 달걀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는 혼란스럽고 음식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달걀이 들어가는 음식은 생각보다 많아서 달걀을 피해서 식사를 하기는 불가능할 정도이고, 그러한 음식을 먹어도 되는 것인지 소비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오늘날과 같은 공장형 닭농장(닭공장)은 1920년경 영국에서 등장했다. 닭공장에서는 A4 복사용지 한 장보다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데, 이로 인해서 닭은 여러 가지 질병과 벼룩, 빈대, 진드기 등의 기생충에 취약하게 되었다. 결국 축산 농가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고 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의 강력한 축산정책과 단속, 농가의 양심적 가축 사육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한 방법은 잠시의 변화와 안심은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한다. 이것은 닭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음식문화와 경제구조와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우리나라에서 도축된 닭의 수는 7억2천500만마리이며 이는 당시 인구의 15배에 달한다. 한해 1인당 10.4kg의 닭고기와 11.8kg의 달걀을 소비했다. 대략 1인당 12마리씩 먹은 셈이다. 1970년에 1인당 고작 1.4kg의 닭고기를 먹었던 것에 비하면 40년 사이에 7배의 닭고기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소비가 공급을 창출하든, 공급이 소비를 부추기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가 있는 한 공급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공급이 소비를 지배해 왔다. 공급을 통해 이윤을 보는 소수의 기업가들은 이윤의 원천인 소비를 늘리기 위해 거액의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유명 연예인과 아이돌을 이용한다. 그리고 그 돈은 고스란히 생산자와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며, 거기에는 경제적 지출뿐만 아니라 살충제와 같은 위험요소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일반 소비자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가축의 비정상적 사육환경은 손쉬운 먹거리를 제공받는 대신 우리의 건강과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을 잃게 했다. 살충제, 항생제, 백신을 쏟아 부어 키우는 가축은 그것을 먹는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 생태계까지 파괴하고 있으며, 결국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하천과 논에 황새가 날아다니고, 제비와 반디가 낯설지 않으며, 미호종개가 너무 흔해 더 이상 보호종이 아닌 세상은 거창한 정책이나 기업가의 훌륭한 양심적 경영에서가 아니라, 우리 소비자들의 작은 선택이 모여서 만드는 거대한 소비문화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 세상에서 닭은 넓은 마당에서 행복하게 뛰어다니면서 먹이를 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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