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길  < 주성대 전임연구원·문학박사 >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중국인에게 동이족(東夷族)으로 불리었다. 고대 중국 설문해자(說文解字)를 근거로 동이족의 어원을 살펴보면 동쪽에 사는 사람들로서 활을 잘 쏘는 민족이란 의미가 들어 있다.

즉, 이(夷)자는 활을 의미하는 궁(弓)자와 크다는 대(大)자의 합성어이다. 다시 말하면 큰 활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서 활쏘기의 명수들일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활을 잘 쏘기 위해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과 자세를 바로잡아야 하니 심신수양을 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동이족의 기질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활쏘기의 모습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이처럼 활쏘기는 우리의 전통적인 풍속으로 전해 내려온 것으로서 한국인은 바로 그 동이족의 정통 후예들이다. 그밖에 후한서(後漢書) 동이전을 근거로 보아 동방을 이(夷)라고 불렀으며 이들은 군자의 나라이며 죽지 않는 나라(不死國)가 됐다고 했으니 한국인의 조상이 군자들임을 인정한 것이다.

남녀단체전 금메달 쾌거

이것이 지금은 중국인들에 의해 오랑캐의 나라로 변질됐고 그나마 우리의 조상의 역사인 고구려사를 중국의 식민지 역사인양 왜곡시키고 있으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동이의 후예임을 입증하듯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여단체전에서 각각 금메달을 획득해 그 위상을 드높이는 쾌거를 이룩했다.

특히 남녀 단체전은 복병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우승해 더욱 의미를 크게 했다. 더구나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인 그들 속에는 충북이 낳은 남아들 임동현(17·현 충북체고)과 박경모(29·충북상고 출신) 선수들이 있어 더욱 자랑스럽다.

돌이켜보면 한국양궁은 1979년 7월 독일의 서베를린에서 열린 30회 세계양궁 선수권대회에 여자선수들만 처음 출전하여 김진호 선수가 여자 개인전을 비롯한 60, 50, 30미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이는 한국 스포츠 첫 기록경기 세계제패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으로 기록됐다.

이로부터 한국 양궁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져 문교부는 1981년부터 소년체전에 초등학교부 신설을 결정했다. 이어서 1984년 8월에 한국양궁은 23회 LA올림픽 최초참가로 서향순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같은 해 9월 전국 남녀대학 실업 양궁대회를 창설하게 됐다.

87년에는 또한 충북이 낳은 김수녕(청주여고 출신) 선수가 있었다. 그녀는 87세계양궁대회 세계신기록, 88서울올림픽 2관왕, 92바르셀로나 올림픽 2관왕, 세계 신궁(神弓)으로 한국인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였다. 특히 89년에는 양궁 6개 부문에 있어서 세계기록을 모조리 경신하여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무려 30여 차례에 걸쳐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신궁 김수녕을 기리기 위해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산 27일대에 터를 잡고 1994년에는 2만4천여평의 부지에 그녀의 이름을 딴 김수녕양궁장을 설립하게 됐다. 이와 같이 충북인은 양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해 왔다.

박경모 선수 인천소속 유감

충북이 한국 양궁의 대명사이며 나아가서는 세계 양궁의 대명사로서 불리워야 마땅함에도 유감스러운 것은 이들이 충북에 소속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수녕은 경북 예천군 소속으로 있으며 박경모는 인천계영구청 소속으로 돼 있다. 지금도 김수녕 양궁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면서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데 막상 그녀는 그곳에 없다.

현재 전국에는 331개나 되는 양궁팀이 활약하고 있으며 그 중에 충북은 21개 팀으로서 초등학교 9개, 중학교 6개, 고교 2개, 대학 2개(주성대·충북대), 일반 2개(청원군청 포함)로 구성돼 있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계기로 충북·청주시가 양궁 세계 제일의 도(都)요, 시(市)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유구한 고구려의 맥을 이어 충북에서 인재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들이 고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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