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약초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흥정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약초 금은 니가 더 잘 알 테니 얼마를 받을 건지 먼저 얘기하거라!”

난감한 상황에서 익수가 나섰다.

“저울은 있우?”

“되박은 있수!”

“소금이나 됫박으로 재지 약재도 됫박으로 잽답디까? 약재를 사겠다면서 저울도 없이 댕기는 장사꾼도 오늘 첨 봅니다.”

두출이가 다시 안에서 저울을 가지고 나오더니 내놓았던 약재들을 일일이 쟀다. 풍원이와 장석이는 두출이가 하는 양을 지켜만 볼 양이었다. 풍원이가 약초를 사려는 장사꾼이 아니라 두출이가 장사꾼처럼 보였다.

“복령이 두 관이 좀 넘고, 당귀하고 시호는 닷 관이 넘고, 동충하초가 반 근이 좀 안되우. 그러니께 가설나무네 해서 스냥은 쳐야 되겠우?”

계산을 끝낸 두출이가 풍원이를 보며 말했다.

“서냥이요?”

풍원이가 깜짝 놀랐다. 석 냥이면 소금이 한 섬이었다. 풍원이와 장석이가 지고 온 소금이 한 섬 반이 조금 넘었다. 오늘이 장사 첫 날인데 소금 한 섬을 약초 값으로 주고나면 장사할 소금이 없었다. 그것도 문제였지만 풍원이 생각에는 산삼처럼 귀한 물건도 아닌 풀뿌리들이 너무 비싼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서였다.

“까막눈한테 귀한 서책이 보이겠우. 아무리 귀한 약재를 줘도 귀한 줄을 알지 못하니 어쩌겠우.”

두출이가 풍원이의 표정에서 속내를 간파하고 말했다.

“니 눔은 산에 가서 또 캐면 되잖여. 그러니까 잘해드려!”

익수가 약초캐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산에서 나는 거 캐온다고 사람들은 다 거전 줄 알어. 산에만 가면 약초가 널려있는 줄 아냐?”

두출이가 버럭 화를 냈다.

“두출아, 세상에 꿈적거리지 않고 거저 얻어지는 게 어디 있겠어?”

익수가 두출이를 다독거렸다.

“그만큼 귀하고 다 품이 들어가니 그 값을 받는 거여!”

“그걸 내가 모르고 한 얘기냐. 이제 장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하니 잘 좀 해주라는 얘기여!”

“익수 말마따나 난 산에 가면 또 캘 테니, 두 냥 어치 소금으로 주시우!”

두출이가 한 냥을 깎아 두 냥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익수가 했던 말을 또 끌어다 붙였다.

“그 친구 뒤끝이 소오줌 줄기보다도 질구먼!”

두출이가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자 익수가 농을 했다.

“부자고, 장사꾼이고 일도 안 해본 것들이 남 물건은 우스이 안다니께!”

“맞어. 우리가 두더쥐처럼 흙 뭉태기가 되도록 꿍꿍 땅 파서 실한 놈만 골라 바치니, 손끝에 흙 한 번 묻혀본 적도 없는 부자 양반님네들은 다 그런 좋은 것들만 나오는 줄 알지.”

“농사 진 놈은 찌끄래기 추려먹는 줄 모르고, 좋은 것만 처먹고 지 배지 부르니 남도 배지 부른 줄만 안다니께!”

“벌래 지게 진 놈이 벌어놓으면 갓 쓴 놈이 다 팔아먹는다는 말도 있잖여?”

“백날 얘기하면 뭐햐, 찌끄래기 먹고 배만 쉬 꺼지지. 이봐유 소금장사 양반, 친구 얼굴 보고 첨 장사하는 것 같으니 부주하는 셈 치고 주는 거유.”

“고맙구먼요!”

정말로 싸게 해주는 것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두출이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풍원이가 고마움을 표했다.

“이 약재들만 팔아도 여기까지 넘어온 발품 값은 넉넉하게 빠질거유. 여기 약재 중 정말 값진 건 동충하초유. 그건 금이 없어유. 대처에 나가 꼭 필요한 임자 만나면 으시 받을 거유!”

두출이가 생색을 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가르쳐준 것도, 마음 써준 것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 반드시 갚겠구먼요.”

풍원이가 다시 한 번 두출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떠나면 그만이지, 뭘 갚어유. 사람 사는 게 그런 것 아니우?”

두출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두출아, 며칠 동안 우리 집에 머물 것이니 혹여 다른 사람들도 약 팔 것이 있으면 오라고 소문 좀 내줘!”

익수가 두출이와 거래를 끝내고 나서며 부탁했다.

“저 위로도 약 캐러 다니는 꾼들이 있으니 온 길에 한 번 들려봐!”

두출이가 떠나는 세 사람의 등 뒤에서 소리쳤다.

세 사람은 그날 종일 거리골 꼭대기까지 도타가며 소금을 팔고 약재를 사들였다. 아침에 지고나온 소금 한 섬을 다 팔고나니 맞바꾼 약재가 풍원이와 장석이 지게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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