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언제부터 버스 타는 일이 귀찮고 힘들어졌다. 승용차가 생기면서 버스 타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간혹 버스를 타는 날이면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평소에는 많던 버스도 유난히 오지 않는다. 심리적 요인 때문이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다. 용암동에서 시청까지 승용차를 이용하면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버스를 이용하면 배 이상이 걸린다. 시간의 차이를 우리는 자본으로 사는 경우이지만, 현대인에게 자본으로 시간을 사는 일은 익숙하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현대인은 자본이 만든 속도전으로 인해 삶의 행복을 잃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에게 버스를 타고 일상의 여유를 즐기라고 말한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고 산책하기 좋은 공원을 만나면 그곳이 목적지가 되기도 하고 버스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을 느껴보라 말한다.

나는 중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촌사람들에게 버스는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아침 첫차를 타고 학교에 가서 다섯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막차를 타고 처음으로 엄마 품을 떠나던 날 산모퉁이를 돌아 희미한 마을 불빛이 사라졌을 때 나는 처음으로 고독을 느꼈다. 아주 오래전 일이 되었다.  

현대인은 승용차 없이 살아가기 어렵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한 가구에 차가 두 세대는 기본이 되기도 했다. 저녁 늦게 아파트에 들어가면 주차할 곳이 없다. 이중 삼중 주차는 기본이고 아침마다 낯선 전화를 받고 차를 빼주러 나가는 일도 일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낮 시간에 주차장이 한가한 것도 아니다. 항상 반 정도는 주차되어 있다. 그만큼 이제 승용차는 일상이 되었다.

나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을 실천해야겠지만, 쉽지 않다. 단지 청주에 트램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해본다. 그로 인해 승용차 이용이 줄어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망상을 해본다.

트램은 상당공원을 중심으로 T자형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아다리에서 육거리, 상당공원에서 청주대교 구간은 대중교통을 제외한 승용차 운행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네 버스와 트램을 이용해 구도심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교통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계획인가. 느리고 천천히 약속을 정하고 트램에 몸을 실은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당연히 구도심은 성장이 아닌 멈춤, 멈춤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시민의 여가공간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역사와 문화, 녹지가 중심이 된 여가 공간,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들로 행복해지는 공간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느리고 천천히 트램을 타고 그대에게 가는 길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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