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오래 됐다고 해도 산삼도 아닌 약초 한 뿌리가 쌀 한 섬 값이라니 노다지도 그런 노다지가 없었다. 한 해에 서너 뿌리만 캐도 남의 집 머슴살이하며 받는 세경보다 훨씬 나을 듯했다.

“형씨는 든든하시겄소. 여기 있는 거 다 팔면 소 사고, 땅 사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지 않겠슈?”

장석이가 매우 부러워했다.

“이게 다 돈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수. 그렇다면 이런 골탱이에서 이래 살겠수. 값나가는 것은 혹간이고 냉거지들은 지고나가야 보리 됫박 값이나 받을라나.”

“그런데 뭐 하러 이래 잔뜩 쌓아놨대요?”

“약도 동무가 필요하다우.”

“약이 동무가 필요하다구요?”

“그렇다우! 사람한테도 맞는 친구가 있고, 안 맞는 친구가 있듯 약도 서로 궁합이 있다우. 이 느삼 뿌리는 간, 황달, 신경통, 말라리아, 설사, 치질, 소화불량, 옴, 습진, 마른버짐, 식욕이 떨어진 사람에게 즉효약인데 적작약, 동과, 현삼, 생지황, 황백, 차전자, 사상자 같은 약재와 함께 끓이면 약효가 높아진다우. 그런데 느삼을 먹을 때 신경초, 인삼, 갈퀴꼭두서니, 여로 같은 것을 함께 먹으면 외려 독이 되고 간장, 비장, 신장이 약한 사람이나 임신한 부녀자는 먹으면 안 된다오. 또 느삼과는 안 맞아도 다른 약재와는 맞을 수 있으니 구색을 갖춰놔야지요.”

약초꾼 두칠이는 약초 이야기만 나오면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자주 배앓이를 하는 사람은 구릿대, 개다래나무, 노루귀, 독말풀, 매자나무, 바위손, 방아풀, 백리향, 백작약, 복숭아나무, 산마늘, 산쑥, 생강나무, 석류풀, 석창포, 참당귀, 참취 ,풀명자나무, 황벽나무, 후박나무가 좋고 설사와 이질에는 고삼, 명아주, 모과나무, 물푸레나무, 바위솔, 배초향, 부처꽃, 부처손, 비름, 세잎쥐손이, 약모밀, 어저귀, 얼레지, 여뀌, 오이풀, 이질풀, 인동덩굴, 일엽초, 제비꽃, 조팝나무, 좀꿩의다리, 쥐손이풀, 짚신나물, 참꽃나무겨우살이가 약이라우. 두통에는 감국, 강활, 굴거리나무, 노루오줌, 눈빛승마, 미나리아재비, 벌등골나물, 쌀풀, 주엽나무, 진돌쩌귀풀, 참당귀, 천마를 쓰고 허리 아플 때는 개다래나무, 광나무, 굴거리나무, 귀롱나무, 노박덩굴, 노루발풀, 들현호색, 백당나무, 분홍노루발풀, 산수유, 엄나무, 오갈피나무를 몸에 열기를 내리거나 뺄 때는 가락지나물, 개나리, 고사리, 꿩의비름, 나물승마, 노랑어리연꽃, 노린재나무, 눈빛승마, 닭의장풀, 도깨비바늘, 모란, 물옥잠, 민들레, 바위취, 뽀리뱅이, 사철쑥, 생강나무, 솜대, 수국, 수양버들, 시호, 실거리나무, 왕고들빼기, 왕바랭이, 인동덩굴, 전호, 제비쑥, 조릿대, 조팝나무, 칡, 털머위, 피나무, 현삼, 활나물, 황금, 흰개수염, 흰바디나물을 쓰지유. 어지럼증에는 감국, 광나무, 구기자나무, 돌콩, 동의나물, 땅두릅나물, 밀나물, 산국, 산수유, 석창포, 송악, 순비기나무, 시호, 잣나무, 참꽃나무겨우살이, 참당귀, 천마, 타래난초를 써유. 일을 하거나 어디를 가다 다쳐 상처가 났을 때는 주변에 개연꽃, 꿩의비름, 노린재나무, 둥근바위솔, 며느리주머니, 바위손, 배롱나무, 벌노랑이, 수염가래꽃, 애기땅빈대, 자란, 지치, 춘란, 큰부들, 큰연영초, 피막이풀 중에서 아무거나 뜯어 바르면 되고 피똥을 쌀 때는 각시원추리, 갈퀴꼭두서니, 개사철쑥, 고비, 기린초, 깨풀, 꼭두서니, 덤불꼭두서니, 딱지꽃, 띠, 매화나무, 밤나무, 부처손, 새삼, 석잠풀, 소루쟁이, 수영, 쑥, 애기땅빈대, 애기수영, 엉겅퀴, 이삭여뀌, 조뱅이, 쥐똥나무, 큰원추리, 한련초, 회화나무가 요긴한 약재로 쓰이지요.”

“그런 건 거개가 주변에 널린 것들 아니오?”

“산과 들에 나는 모든 풀, 눈에 보이는 길가 모든 풀이 약이유. 또 약풀은 한 가지 효능과 있는 게 아니라우. 똑같은 풀이라도 증세에 따라 달리 쓰이지유.

“이런 게 다 그런 약재란 말이지요. 그럼 이런 약재는 어떻게 팔지요?”

풍원이가 두칠이의 집안에 빽빽하게 쌓여있고 매달려 있는 갖은 약재들을 보며 물었다.

“장에 지고나가 팔기도 하지만 거개가 민가에서도 구하기 쉬운 것들이고 또 민가에서 써야 얼마나 쓰겠수. 그러니 누가 그걸 돈 들여 사겠소. 주로 약초상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필요하다고 하면 직접 한약방으로 져다주기도 하지유.”

“그러면 돈이 되는 것 아닌가요 ?”

“그런 풀때기가 뭔 돈이 되겠수. 이것저것 해서 한 짐 잔뜩 지고 나가면 그저 가용에 필요한 물건 몇 가지 구해오면 다지유.”

“그래도 이런 하수오나 산삼 같은 귀한 약초를 캐면 한 몫 잡는 것 아닌가요?”

“물론 그런 비싼 약재도 있지유. 그런데 그런 것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쉬운 가요. 그렇게 귀한 것들을 자주 만난다면 아마도 팔도 모든 사람들이 몽땅 산으로 들어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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