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와 봐유.”

두출이가 세 사람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간 풍원이는 입이 딱 벌어졌다. 집안에서는 약 냄새가 진동을 했고, 바닥이고 벽이고 천정이고 빠꼼한 틈 하나 없이 빼곡하게 약재로 채워져 있었다. 웬만한 한약국을 간다 해도 이보다 많지는 않을 듯싶었다.

“대단하네요!”

“보기에만 그렇지 돈 되는 건 별반 없슈.”

“이렇게 많은데 돈이 안 된다니요?”

“금은보화가 많아서 돈이 되는 가유, 귀하니까 돈이 되는 거지. 약초도 마찬가지유. 귀한 놈이 돈이 되지 이렇게 많은 놈은 우리 상놈들처럼 천대만 받지유.”

두출이가 바닥에 쌓아놓은 약초 더미들을 짚으며 말했다.

“그럼 어떤 것들이 비싼 약재들인가요?”

“벽에 걸린 것들이 바닥 것들보다 좀 비싸고, 천정에 매달린 것들이 벽 것들보다 비싸고 정말 귀한 것들은 따로 있지유.”

그러고 보니 벽이나 천정에 달린 종이봉지들은 바닥에 쌓여있는 것들과 달리 하나같이 올망졸망한 것이 부피가 작았다. 귀해야 대접받는 이치는 약초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출이가 약초 더미들 사이에서 기다란 나뭇가지에 길게 묶어놓은 뿌리를 들고 나왔다.

“이게 뭔지 아시우?”

두출이 손에는 알칡처럼 생긴 뿌리가 들려있었다. 그런데 분명 칡은 아니었다.

“알칡 비슷해 보이기는 한데…….”

“하수오 아니오?”

풍원이가 알 수 없어 머뭇거리자 장석이가 두출이에게 되물었다.

“하수오 맞어유!”

두출이가 장석이의 물음에 하수오가 맞다고 했다.

“형 대단하네! 어떻게 알았어?”

“남의 일을 다니다 하도 힘들어 그만두고, 누가 약초를 캐면 머슴살이보단 나을거라라고 해서 산으로 좀 다닌 적이 있어.”

“그런데 왜 그만뒀어?”

“사람들은 다 지 할 일이 따로 있더라구. 난 산이 맞지 않더라구, 일하는 게 더 편하더라구.”

장석이는 비탈진 산보다 평평한 땅에서 일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하더라고 했다.

“이건 그냥 하수오가 아니라 산삼 버금가는 거유. 족히 사오십 년은 됐을 거유. 어지간한 산삼 약효와 맞먹을거유!”

두출이가 봉지 안에서 꺼낸 하수오는 여러 뿌리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것이었다. 어른 팔로 한 발은 너끈했다.

“나도 이런 대물은 처음 본다. 워디서 이런 걸 캤다냐?”

집주인 익수가 감탄을 하며 물었다.

“까치성 아래서 캤는데, 뿌리를 안 끊기게 하려고 이틀을 산에서 자며 캤다우.”

두출이 얼굴에서는 뿌듯함이 넘쳐났다.

“그렇게 귀한 것인가요?”

“이것처럼 오래 묵은 하수오를 구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란 말이지, 조선 팔도 어딜 가도 나오니 귀한 것은 아니우.”

“그렇다고 흔한 것도 아니잖슈?”

그래도 산에 좀 다녔다고 장석이가 아는 척을 했다.

“하수오는 어떤 데 쓰는 약잰가요?”

풍원이가 하수오의 효과에 대해 물었다.

“감기 걸린 사람, 장 안 좋은 사람, 소변 시원찮은 사람, 똥 잘 못 싸는 사람, 손발이 차거나 피가 안 돌아 저린 사람, 뼈마디가 쑤시는 사람, 잠 못 자는 사람, 자고 일어나도 맨날 피곤한 사람, 깜빡깜빡 뭘 잘 까먹는 사람, 숨 찬 사람, 머리 자주 아픈 사람, 중풍에 좋은데, 어쨌든 이런 병들은 피가 탁해 잘 돌지를 못해 생기는 병인데 이런데 좋은 약이우.”

어리숙해 보이던 두출이가 약재 이야기가 나오자 일사천리였다.

“민대가리에도 즉효라잖어?”

익수가 끼어들며 두출이 이야기를 거들었다.

“맞어. 하수오는 백 살 먹은 노인도 장복하면 머리털을 까마귀처럼 까맣게 해준대유. 그리구 빠진 머리도 새로 나게 해 무성하게 만들어준대유.”

“만병통치약이네요. 저런 건 얼마나 받나요?”

풍원이는 값이 궁금했다.

“아무리 싸게 내놔도 쌀 한 섬은 받아야지유.”

“이 뿌리 하나가 쌀 한 섬이란 말이요?”

풍원이가 깜짝 놀라 두출이에게 되물었다.

“증말로 필요한 사람 만나면 그 몇 배도 받을 수 있어유. 저런 귀한 물건은 정해진 금이 없어유. 부르는 게 값이지.”

풍원이와는 달리 두칠이는 대수롭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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