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250년, 진(秦)나라는 백기(白起)를 총대장으로 삼아 한(韓)나라를 공격하였다. 단숨에 한나라의 도읍을 함락시켰고 병사 5만 명을 살육하였다.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한나라는 급히 상당(上黨) 지역 전체를 진나라에 바치고 화친을 청하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오래전부터 진나라에 대한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상당 지역 백성들이 왕의 결정에 반대하였다. 이때 상당 군수 풍정이 꾀를 내었다.

“한나라는 더 이상 우리를 보호할 수 없는 처지이다. 진나라 군대가 쳐들어오면 우리는 모두 망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나라에 상당을 바치고 모두가 귀순하면 조나라는 반드시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다.”

며칠 후 조나라 왕이 상당 지역을 놓고 대신들에게 의견을 구하였다. 이때 평양군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 “상당 지역을 받는 것은 명분이 없는 일입니다. 명분도 없이 이익을 취하는 것은 화를 초래할 수 있으니 받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평원군은 견해가 달랐다.

“아무런 조건 없이 상당 지역을 얻게 된다면 좋은 일입니다. 조나라의 영토를 확장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받아들이는 것이 옳습니다.”

이에 조나라 왕은 평원군의 말을 받아들여 상당 지역을 조나라에 편입시켰다. 이 소식에 진나라가 크게 분노하여 백기를 장군으로 보내 상당을 접수하도록 했다. 이에 조나라는 염파 장군이 40만 대군을 이끌고 진나라에 대항하였다. 하지만 진나라가 거짓 소문을 퍼뜨려 조나라 진영을 이간질하였다.

“염파는 겁쟁이라 곧 진나라에 항복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조괄이 장수가 된다면 진나라는 두려워 속히 물러갈 것이다. 조괄이야 말로 천하의 뛰어난 장수이다.”

조나라 왕이 이 소문을 믿고 즉시 염파를 물러나게 하고 조괄을 장군으로 삼았다. 그러자 신하들이 모두 반대하였다.

“조괄은 융통성이 없는 자입니다. 단지 병법서를 읽었을 뿐이지 그걸 전쟁에 응용하는 법을 전혀 모르는 자입니다. 통촉하여 주소서!”

하지만 조나라 왕은 자신의 결정을 강행하였다. 이에 진나라는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여 조나라 군대의 식량보급로를 끊어 고립시켰다. 한달이 지나자 조괄은 굶주림에 시달려 탈출을 시도하다가 진나라 병사들에게 사살되었다. 조나라 병사 40만 명은 항복하여 포로가 되었다. 이때 진나라 장수 백기가 전군에 명을 내렸다.

“이들을 살려두면 또 다시 대항할 것이다. 모두 생매장하라!”

즉시 포로 40만 명을 생매장하고 단지 어린 아이 240명만 조나라로 돌려보냈다. 결국 조나라는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상당 지역을 받는 바람에 나라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열전(史記列傳)’에 있는 이야기이다.

이령지혼(利令智昏)이란 이익은 지혜를 어둡게 만든다는 뜻이다. 주로 명분 없는 이익을 바라면 도리어 크게 화를 당한다는 교훈적인 말로 쓰인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자본 증식의 주요 방법이다. 부자들이 선호했고 여태껏 정부가 편을 들어주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이런 노동 없이 자본을 축적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단호히 응징해주고 개선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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