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팔 현 <충북대 정치외교학과·문학박사>

지난 7월에는 변한 것도 많았다. 서민경제에 큰 부담을 줄 LPG 및 경유 값 인상부터 버스요금 인상까지, 여기저기 ‘인상, 인상’이란 뉴스뿐이니 서민들 인상 쓸 일만 생기는 무더운 여름철이었다.

특히 서울시에선 새롭게 ‘중앙버스전용차선제’와 결제시스템까지 혁신하는 등 교통체계 개편으로 온 서울시가 카오스의 세계처럼 변해 네티즌들의 불만이 시끌벅적했었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시되는 다른 시내버스 회사 간 또는 지하철과의 연계 결제 시스템이 서울시에서는 시작단계이다 보니,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하여튼 새 제도의 빠른 정착을 바라며, 이번엔 한국과 일본의 버스 이정표 표시 시스템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버스가 서는 각 정류장에는 노선표시와 함께 시간표가 나와 있고 또한 표시된 시간에 정확하게 도착하는 편이다. 승객들은 도착 시각표를 참고로 하면서 몇 정거장 전에 자기가 탈 버스가 오고 있는지 이정표 탑에 표시되는 녹색 깜박이로 알 수 있다.

노선버스의 이정표를 서너 정거장부터 현 정거장까지 표시해 놓고 정거장 이름 밑에 둥근 표시로 해놓고 서너 정거장 전에 노선버스가 도착하면 흰색으로 돼 있던 이정표 밑의 감지기가 녹색으로 뒤집어지면서 버스가 그 곳 정류장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지금 노선버스가 어느 정거장에 도착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버스는 정지선에 정확하게 정차하며 승객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올라탄다. 종종 장애우들을 위한 버스도 편성돼 있다. 버스가 종착역에 다다를 때쯤이면 운전기사는 다음 노선의 이정표를 바꾸는데, 버튼 조작 하나로 100% 자동화 돼 있다. 다음 이정표를 전광판으로 표시하거나 이정표가 씌어진 천을 작은 모터로 돌려 노선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종착지에 다다를수록 바빠진다. 대도시는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청주와 조치원을 오가는 버스를 유심히 보니 거의 대부분이 수동이다. 차창 앞과 버스 옆구리에 끼움 식으로 돼 있는 다음노선 이정표를 직접 갈아야하기 때문이다. 조치원 읍에 진입하기 전인 중봉리 다리부터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뀔 찰나가 되면 잽싸게 버스를 정차시키고 뛰어내려 이정표를 다음 노선 표시로 갈아 끼운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충 30초 이상은 걸리는 것 같다. 그래도 빨간불이 남아 있으면 앞 차창에 표시되는 이정표 바꾸기도 시도한다. 필자는 이러한 광경을 볼 때마다 우스꽝스럽고 불필요한 일까지 운전기사에게 강요하는 버스회사가 원망스럽고 때로는 그러는 사이에 교통사고라도 일어나면 어찌될까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이정표 표시판을 전광판이나 또는 작은 모터로 표시판을 돌릴 수 있을 텐데,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 방법으로 위험하게 이정표를 갈아 끼는지, 참으로 작은 시스템 하나 바꾸는 것도 이처럼 힘든 것 같다.

버스 기사 분들도 이러한 불필요하고 위험한 작업은 그만두고 버튼 하나로 자동화 시킬 것을 사측에 요구해야 한다. 기사 분들의 임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승객들 안전도 고려해서 이러한 일은 백번 사측에 요구해도 좋은 일일 것이다. 아울러 사측도 영리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원들 고생 줄여주고 승객들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하찮은 이정표 표시 문제쯤 자동으로 해결해 줄 수 없는가? 

현재로의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을 왜 하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사원인 기사 분들 편하고 사원 안전은 물론 승객 안전도 도모하는 일에 그처럼 쉬운 개량도 하지 않음은 사측은 물론 운전기사 분들의 직무유기이자, 예상되는 인재사고를 불러올 나태함이거나 우매함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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