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일상에 접하다보니 어느새 팔월의 말복도 지났다.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축축하여 에어컨 없이 지내는 것은 고역이었다. 따뜻한 음식을 먹고 방문을 꼭 닫고 두툼한 옷을 입고 땀을 인위적으로 더 많이 내어보기도 했다. 옷을 벗고 바깥에 나서면 약간의 더위를 느끼지만 잠시 후엔 마냥 똑같다. 이열치열이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한정된 공간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생활을 한다. 그러다 일상의 나를 벗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잡한 곳을 찾기도 하고 인적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기도 한다. 잠시 업무를 접어두고 멍 때리며 나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또 다른 나를 찾아 미래를 설계하기도 한다. 시간을 멈추게 하여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낯선 환경과의 만남으로 변화를 알고 이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제까지 보고 들어왔던 익숙한 가치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룰에 눈을 뜨고자 다른 사람이 갔던 길이 아닌 낯선 길을 용기 있게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새 출발의 계기가 된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준비하는 과정이 행복하듯이 하루 한 달 한 평생의 목표를 두고 이를 실천해가는 과정도 행복하다. 이번 방학을 맞이해 먼 알래스카까지 다녀왔고 홍수피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니 내심은 뿌듯하고 기쁘다. 하고 싶은 일을 했으니 참으로 행복하고 축복 받은 삶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만족한 삶은 자기의 발전을 저해하며 타성에 젖어 좌절하기도 쉬우며 도전하려는 의지가 약해진다. 이러한 인간을 두고서 ‘여정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지만 그 자체로 보상이다’라고 스티브잡스는 말하지 않았던가. 항시 불만족하면서 자기와의 싸움을 하며 목표에 도전하는 삶이 글귀에 녹아있다.

어느 날 카톡 친구가 보내온 좋은 글귀에 ‘사람은 축복으로 태어나 해야 할 일들이 있어 생명을 함부로 하지 말며 몸은 타인의 물건을 맡은 듯 소중히 하라. 시기는 칼과 같아 몸을 해하고 욕심은 불과 같아 욕망을 태우며 욕망이 지나치면 몸과 마음 모두 상하게 한다. 모든 일에 넘침은 모자람 만 못하고 억지로 잘난척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 내 삶이 비록 허물투성이라 해도 자책으로 현실을 흐리게 하지 않으며 교만으로 나아감을 막지 않으니 생각을 늘 게으르지 않게 하고 후회하기를 변명 삼아 하지 않으며 사람을 대할 때 늘 진실이라 믿어야 하며 절대 간사한 웃음을 흘리지 않으리니 후회하고 다시 후회해도 마음 다짐은 늘 바르게 하라.’ 늘상 들어보고 새겨온 말들이라 식상하지만 또한 이 말은 자기 자신이 부족함을 알고 어딘가 할 일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도전해 가라는 ‘인생과정’ 중의 말이다.

과정이 결과보다 아름답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결과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성숙해 지듯이 도전을 향한 과정 자체가 아름다울 수 있다. 처서를 향해 가는 이 시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고 있다. 이글을 쓰며 타인에게 향하던 원망의 시선과 관심을 나에게로 돌려본다. 이제 곧 계절이 바뀌면 마음은 더 분주하리라. 눈이 흐릿해지며 퍽퍽해지고 치아가 가끔 시큼 거려도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고 미래에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생활 속에서 이웃들에 온정을 베풀며 웃음 짓는 표정을 연습하고 목표를 설정해 도전하는 팔월의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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