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우리나라가 잘 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교육정책이었습니다. 누구나 능력만 있다면 시험을 치러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제도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잘 지켜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평준화 정책을 흔드는 일이 발생했고, 예상대로 대학 입학 제도는 대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 혼란의 원인 중 하나가 수시 모집입니다. 대학별로 자신들만의 기준을 정하여 학생을 맞춤식으로 뽑는 것이죠. 그래서 갖가지 비리가 해마다 터져나옵니다. 국민 모두가 개탄하면서도 자식의 문제가 되면 다들 입을 꽉 다물죠.

서울에 있는 상류대학들은 주로 논술을 치러서 뽑습니다. 그런데 인문과목의 경우 그 논술을 대비하여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종잡기 힘든 것은 학생이나 선생이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강남의 유명학원에서 10년 넘게 논술 강사를 한 후배에게 어떡하면 좋으냐고 물었더니 예상대로 답이 없다고 나오네요. 지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보아야 하는데 그것을 안내해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고민 끝에 이 책을 먼저 추천하더군요. 이 책부터 읽어보면 논술의 성격을 약간 이해하게 될 꺼라면서 말이죠. 그래서 즉시 사봤습니다.

논술은 생각의 질서와 조직화를 점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은 제출된 문제를 토대로 문제를 유형화시켜서 거기에 걸맞은 답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학생의 판단력과 분석력까지 길러줄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책을 읽으면서 훈련된 결과로 저저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고 간단한 감상문을 쓰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질 때까지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과 사회 현상을 하나씩 짚어가며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와 그 사건들이 지닌 의미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간 책입니다. 그래서 한달음에 읽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386세대의 사고방식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면서 그 후의 세대에 벌어지는 이야기까지 아울러 다룸으로써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그 시각을 얻는다면 이 책을 읽는 가장 바람직한 학생이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안내서지만, 386세대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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