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정치권이나 경제계를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 사회에 정의가 존재하는가?라는 궁금증이 자주 들곤 한다. 그리고 ‘나는 정의롭게 살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반문하기도 한다.

며칠 전 오래전부터 벼르던 마이클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있다. 해답은 아니지만 나름의 정리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개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업무적인 부분에서도 어떠한 방향과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옳고 정의로운 것인지 혼란스러웠던 것이 조금은 정리되는 듯하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대청호 상류의 농촌마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작은 수질오염 해결을 위한 접근이었다. 대전과 청주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중부권의 생공업 용수공급을 책임지는 중요한 수자원으로서 대청댐은 많은 환경적 규제와 정책에도 나날이 오염도가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나 댐 내부의 영향을 제외한다면 가장 큰 원인은 대청호 상류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의 삶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행정자료만으로 판단하기에는 해결방안은 물론 그 원인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깨달은 것이다.

대청호의 수질오염을 유발한다고 믿어왔던 주민들의 농업활동은 그들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생계의 마지막 끄나풀 같은 존재이다. 비록 그것이 대청호에 오염을 유발한다고는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상태이고 주민들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농약을 적게 쓰고,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 애쓰고 있으며, 수질보전을 위한 규제가 억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바깥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더 규제하겠노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내린 나름의 결론은 대청호 상류 주민들이 친환경 농업을 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마을로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협력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청호 상류에서의 친환경농업으로 예전의 마을 모습, 즉 어린 아이들이 뛰어 놀고, 초등학교가 폐교되지 않는 동네로 돌아가는 것이며, 그러기 위한 첫 단계가 합리적으로 환경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젊은 인구가 귀촌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변화는 허용해야 하며, 주민 스스로 환경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미래는 현재의 시장경제 구조 속에서는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지울 수는 없다. 대청호 상류 주민들을 위한 규제개선이라는 선의의 목적을 이용한 자본가들이 어느덧 상류지역을 잠식할 것이며, 수 십 년간의 감옥 같은 생활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제도개선의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될 것이다.

사회적 정의가 확립되지 않고 자유가 더 존중받는 사회적 시스템에서는 자본의 잠식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예로든 수해지역에서의 주유소, 숙박업소, 주택수리업자들의 평상시의 수십 배에 달하는 폭리는 시장경제 논리로 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도덕적이고 정서적으로 보면 파렴치한 탐욕에 불과하며 당연히 법에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니 우리의 법은 도덕 보다는 보편적인 자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필자를 비롯한 동료들은 고민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대청호 주민을 위해 옳은 일이고 정의롭다 말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것이 정말로 정의로울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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