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귀  란 소설가

 

우리가 늘 하는 말은 입을 열어 소리라는 매체로 전달이 된다. 음악도 나의 귀를 통해 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울림도 모두가 소리로 전해져 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영혼을 울리는 종소리이다. 고요한 밤 어딘가에서 청아하면서도 은은하게 여운을 남기며 들리는 소리는, 저 밑에서부터 뜨거운 감정이 피의 흐름을 역류시킨다.

그래서 나는 크고 작은 소리의 울림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스스로 종을 사 모으기도 한다.
오늘 생전 처음으로 타종을 했다. 그 순간의 떨림이라니.

온 몸의 미세한 솜털까지 모두 일어나 숨죽여 타종하는 순간, 땅의 기를 모두 모아 경건하게 하늘로 올려 보내는 의식을 치른 것 같다.

먼 과거로부터 미래로까지 여운을 남기며 역사의 한 가운데 선 나는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숨을 죽여야 했다.

평생을 강단에 섰던 교수님이 일생의 경험을 살려 한국식 정원을 가꾸고 계시는 분이 계시다. 다름 아닌 진천의 ‘동산식물원’. 지인들과 함께 정원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 넓이에 놀라고, 갖가지 꽃과 나무의 어우러짐에 취하고, 자연과학의 방대함에, 마지막에는 그 모든 것들을 지난 몇 년 동안 아무의 힘도 빌리지 않고 오직 자비로 손수 가꾸셨다는 사실에는 할 말을 잊었다.

교수님께서는 원두막을 지으려 나무를 자르다 발을 헛디뎌 갈비뼈가 부러졌음에도 병원에도 안 가시더니 사모님의 성화에 닷새만에 다녀와 하는 말이 또 한번 자신을 돌아보게 해 줬다.

우리 꽃, 우리 나무와 어울리는 우리만의 소리가 뭔가. 그건 바로 저 장인의 혼이 깃든 종소리라고. 그러면서 당신은 전국 어딜 가나 제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건만 조용히 다닌다.

한 마디로 구관대접 받는 것은 우리시대의 병폐라며.

돌아오는 길. 우리다운 것, 나다운 것이 뭔가 고요 속으로 침잠된다.

그 앙금위로 모시적삼이듯 버선발이듯 과거로부터 미래로까지 울려야 할 민족의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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