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直旨)’를 널리 알리기 위한 2004년 ‘청주직지축제’가 9월 2일부터 청주 예술의 전당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작도 안된 시점에서 논란이 거세다. 논란의 이유는 학생 동원 문제다. 구태의연하게도 학생들을 동원해 모아 놓고 행사를 치르겠다는 발상이다.

종래의 관료의식, 청주시의 일관된 자세로는 ‘무엇이 문제냐’라는 반문이 나올 법하다. 늘 그런 방법으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행사를 치러왔고, 그러고 나서 “매우 성공적인 행사였다. 꿈나무들에게 직지의 위대성과 민족의 긍지를 심어주는 거대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을 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충청북도 도민, 청주시 시민은 그런 행사를 치러 무엇을 얻겠다는 계산인지 이제는 좀 더 확실히 알아야 할 시점이다.

전시용 행사는 이제 그만

직지 관련 행사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청주시의 ‘직지’ 그것이 과연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가꾸고 홍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 이념 내지는 방향 설정의 그릇됨을 탓하는 것이다. 단도직입으로 ‘흥덕사 복원’이 없는 직지의 논의는 부수적일 수 밖에 없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예산을 가져다 흥덕사 복원문제를 논의한 게 엊그제 일이다.

그런데 그 많은 예산을 낭비하고도 미래의 청사진이나 계획의 발표는 없이 여전히 딴전을 부리는 행사에 되풀이해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분명 직지의 1차적인 홍보의 대상은 외국이요 외국인이어야 하다. 그 위대한 역사의 현장에 ‘흥덕사’가 옛 모습대로 번듯하게 복원돼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줄지어 인쇄문화의 발원지를 보러 오게 하는 활동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세계를 향해, 외국인을 향해 그야말로 효율적인 홍보가 될만한 행사를 치르는 게 순리요, 정도인 것이다. 이런 원대하고도 근본적인 과제는 나 몰라라 내던진 채 부차적이고도 덜 중요한 행사에 내국인, 학생들을 모아 놓고 행사 아닌 행사를 치르며 여전히 엄청난 액수의 예산을 쏟아부려하기에 논란이 거센 것이다.

그 위대한 역사의 현장 모습을 청주시는 떳떳하게 시민 앞에 공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고증을 못해 세울 수 없다면 현재의 본당은 어떻게 세워졌으며, 강당지, 화랑지는 과연 언제쯤 건립될 것인지, 언제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것인지, 지금의 관리실태가 과연 선조들의 위업에 걸맞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지 알고 싶다.

그 위대한 ‘흥덕사’가 번듯한 출입문 하나 없이 박물관 옆길로 드나들어야 하는 것인지, 흥덕사에서 실제로 모두가 봐야 할 직지제작과정을 언제까지 박물관에서 밀랍인형을 통해 실감나지 않게 보아야 하는 것인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과거와 다른 사명감 있는 단체장이 나와 흥덕사다운 흥덕사를 가꿀 수 있도록 그 엄청난 낭비예산을 줄여 주변 확장 부지라도 사둘 용의는 없는지 등 묻고 싶은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흥덕사는 일개 종교나 종파의 것이 아니다.

흥덕사 복원이 가장 중요

직지, 흥덕사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그런 유산이라면 종교, 종파에 관계없이 어떤 종교의 유산이라도 복원, 관리, 보존돼야 마땅하다.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돼야 마땅할 저 유명한 ‘백운화상초록직지심체요절’을 찍어낸 ‘흥덕사’가 역사의식이 희박한 몇몇 책임자들의 무책임한 외면 탓으로 분명 위대한 사찰이면서도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폐허화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인근 거리의 ‘흥덕사지’라는 표지가 ‘흥덕사’로 바뀌어야 한다. 뜻 있는 사람이 오늘의 흥덕사를 돌아보고 나서 느낄 실망을 씻어내지 않는다면 어떤 행사를 치르고 허구에 찬 홍보를 한다해도 청주시의 관리상의 오점은 씻을 길이 없을 것이다.

어떤 구실로도 흥덕사의 복원은 미룰 수 없고, 주된 홍보의 대상은 외국인이요 범세계적이어야지 청주시내 학생 동원으로 자족할 그런 행사가 아니기를 모두는 바라고 있다. 내국인도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보러오도록 절을 복원하고 환경을 가꿔 명실상부한 명소를 만들어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