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심 보은 보덕중교사

7월 7일 오후 보은행복교육지구 밴드에 공지가 올라왔다. ‘세중초등학교에서는 어린농부학교텃밭정원에서 아이들이 무농약으로 정성스럽게 키우고 가꾼 야채를 수확해 무인판매대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판매 수익금은 보은 평화의 소녀상 성금으로 사용하거나 아이들의 도시문화체험 교육활동에 쓰여 집니다.’ 그리고 사진, 적환무 700원, 방울토마토 500원, 상추 500원, 오이 500원, 파 500원. 흐뭇한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벼르면서도 가보지 못했던 세중초를 이번엔 정말 가게 되겠구나 싶었다. 

주말인 7월 8~9일 다문화지원센터 회의실에서 보은여중·고 동아리 ‘쏠’ 학생들이 참여한 공예캠프가 열렸다. 고운 뺨을 가진 스무 명 남짓의 여학생들이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다가 바늘에 찔린 아이의 비명, 그리고 또 웃음, 진지한 손놀림들. 이 소녀들은 선생님들이다. 다문화가정의 어린 학생들에게 그림과 뜨개질과 놀이와 공부를 가르치는 이번 공예캠프도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잘 배워서 가르치기 위함이다. 행복교육지구가 가야할 방향과 미래를 이 친구들에게서 본다.

7월 11일 저녁 보은여중 동아리실에서는 매주 화요일 밤 진행하는 발도르프 공부모임에서 슈타이너 연구자 김훈태 선생님을 초청해 12감각론과 기질론에 대해 특강을 들었다. 배움이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내용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교사라면 꼭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 대해 무지한 부모와 교사가 아이에게 상처와 잘못된 배움을 주고 있다는 반성이 드는 강의였다.

7월 12일 저녁 보은여중 장미원에서는 달빛 음악회와 달빛 책방이 열렸다. 점심시간에 종종 열리곤 했던 음악회에 지역 주민들, 학부모님들까지 초대해 작은 음악회를 즐기고 있어서 그동안 준비했던 학생독서모임, 학부모 독서모임의 첫 시간을 가졌다.

꿈과 끼를 나누는 청소년 진로축제, 안산 발도르프 교육원 예술체험, 마을이야기 기자단 학생들은 국립중앙박물관과 MBC 월드 테마파크를 방문해 미션 탐방과 방송직업체험, 초등학교 5, 6학년 한국잡월드 진로체험 등 지역에서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풍부한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학습연구년의 기회가 주어져 부지런히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며 배우고 있다. 서울의 하자 센터, 의정부 몽실학교, 공릉청소문년화정보센터 등을 견학하며 절실하게 느낀 것은 지역에 청소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신시설로 꾸며진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작지만 자유롭고 안정적인 공간, 또래들이 모여 마음 놓고 놀 수 있고, 어른들이 마련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계획하고 협력해서 만들어가며 성취해 나가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말이다. 청소년이 우리 지역을 사랑하고 마을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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