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채무자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이달까지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 완성 채권(장기 연체채권)을 소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장기연체로 인해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하고 오랫동안 추심으로 고통 받은 123만명의 빚이 탕감돼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완성·사망·파산면책 채권 등 소각 가능한 채권은 모두 21조7천억원으로 123만1천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공분야뿐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들도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연내 소각하고 무분별한 시효연장 관행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민간부문(대부업 제외) 소멸시효 완성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조원(91.2만명)으로 추정된다. 민간 금융사들도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21조7000억원에 달하는 금융 공공공부문의 채권에 대해 일괄적으로 전산기록을 지우기로 하면서 민간 금융사들의 연체채권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자율적인 소각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취약계층의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민간 금융사들 대부분도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포기하는 작업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선제적으로 소각 작업에 나서고 있는 은행권에서는 관리 실익이 없는 채권을 정리하고,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여신업계와 보험업계도 정부의 이번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업과 여신전문금융업의 소멸시효 채권 규모는 각각 4천234억원, 1조3천713억원으로 소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상법 제64조)이나, 통상 법원의 지급명령 등을 통한 시효연장으로 연체 발생 후 약 15년 또는 25년이 지나야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소멸시효 완성시 채무자는 더 이상 채무 변제의 의무가 없으나 채무자가 채권자의 빚 독촉에 시달려 일부 변제를 하게 되면 소멸시효는 자동으로 부활한다. 이 같은 금융제도를 잘 알지 못하고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할 경우 오히려 시효가 부활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채무자들이 상당수다. 시효완성으로 상환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무자에게 일부 상환을 유도하거나 법원의 지급명령 등을 활용해 편법적으로 시효를 부활시키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장기 연체채권 소각은 이러한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고 채무자의 부담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장기 연체채권 소각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없었거나 신용불량자들이 상당수 구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 양극화 해소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계기로 장기 채권과 채무 등 금융관리의 제도개선도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