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불과 몇 주 전만 하더라도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정도로 가뭄이 걱정이더니, 이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다. 청주 인근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많은 홍수피해를 입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이제 폭염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자연현상인데 늘 새롭고 점점 더 적응하기 어려워지는 듯하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일까? 쉽게 책임을 돌려버리는 기후변화 탓이라고 말해버리면 되는 것일까?

이번 홍수피해는 기록적인 강우량이 첫 번째 원인이긴 하지만, 이러한 갑작스런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가 피해를 더 키웠으며, 이러한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지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갑작스런 호우로 침수피해는 대부분 저지대의 오래된 도심지역에서 발생했다. 순식간의 폭우로 빗물을 빠르게 하천으로 이동시켜 배출해야하는 하수관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오래된 도심지역은 예전의 상황을 반영하여 하수관로를 설치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늘어난 아파트와 인구, 도로와 주거지역의 불투수층의 증가의 사회적 현상을 수용하지 못한 것이다. 거기에 도로변 빗물배출 시설은 모래와 온갖 쓰레기로 막혀있기 일쑤이다. 즉, 기록적인 폭우의 자연현상을 수용하지 못하는 도시의 수용능력의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에 피해가 커진 것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하천의 주변에는 항상 인간이 모여 살았고, 주거 공간이 만들어져 왔다. 그래서 홍수로 인해 불어난 물과 인간의 싸움은 인류역사를 거쳐 계속되어 왔으며, 인간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래는 거주하기 어려운 저지대에도 집을 짓고 살게 되었던 것이다. 자연재해에 대한 기술적인 대응능력은 커졌으며, 제방으로 구분되는 하천 부지를 제외한 모든 공간이 주거지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기술적 대응능력은 100년 또는 200년 빈도의 기록적인 자연현상까지 예방하기엔 너무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하기에 늘 한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폭우는 그 한계성을 넘어선 것이었다. 하천의 제방을 더 높이 쌓고, 더 튼튼하게 콘크리트로 둘러싸며, 지하에 축구경기장 만한 저류시설을 수십 개씩 만든다면 이번 폭우 정도의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법인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현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의 범위 내에서 생활했다. 홍수로 인한 범람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그 홍수로 쓸려 내려온 흙은 오늘의 농작물을 못 쓰게 만들었지만, 내일의 옥토를 만들어 주었다. 높지 않은 하천제방은 홍수에 쉽게 범람하지만, 하천에서 범람한 물을 저장하고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하류의 더 큰 홍수 피해를 막아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저장된 물은 서서히 지하로 침투되었다 다시 낮은 지대의 하천으로 흘러나오는 자연순환체계를 구축하여 마르지 않는 하천을 만들어 주었다.

오늘날의 홍수와 가뭄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는 순환적 시스템이 무너진 탓에 더 큰 피해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의 대가로 치러야 할 사회적 인재(人災)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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